대기업 운영 스키장은 OK, 영세 자영업자는 문닫아라?

입력 2020-12-07 15:09
6일 오후 강원도 내 한 스키장에서 리프트 탑승을 기다리는 스키어들이 줄지어 밀집해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의 방역 기준이 애매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스키장은 인파가 몰려도 운영이 가능한 반면 학원 등은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대기업이 소유한 스키장은 괜찮고, 영세 자영업자의 소규모 상점과 가게만 규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7일 강원도와 리조트 업계에 따르면 홍천 비발디파크 스키장에는 지난 주말 3500여명이 방문했다. 스키장 3개가 위치해 있는 평창에도 주말 간 5000명 넘는 방문객이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원주 오크밸리 스키장은 지난 5일 문을 열었다. 정선 하이원 스키장은 오는 11일 오픈예정이다. 앞서 평창 용평스키장과 홍천 비발디파크 스키장은 지난 1일부터 일부 슬로프를 열었다. 알펜시아 스키장도 지난 3일부터 손님을 받고 있다. 태백 오투리조트는 5개 슬로프 중 초급 1개 슬로프만 오픈한 상태로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내 스키장이 곳곳에서 개장된 가운데 5일 오후 홍천군 비발디파크 스키장이 겨울을 즐기려는 스키어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각 스키장은 방역에 철저를 기하고 있기에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홍천 비발디파크는 리프트 탑승 인원을 2인으로 제한하고 스키용품 대여소 등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했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필수로 하고 있고, 발열 체크를 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원 스키장도 리프트권 무인발권기 12대 설치를 비롯해 리프트 및 곤돌라 수용인원을 50% 이하로 제한했다. 정부도 스키장이나 눈썰매장, 스케이트장 등 겨울철 이용객이 몰리는 시설을 일반관리시설로 지정해 방역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스키장에 인파가 몰리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공개된 비발디파크 스키장 사진을 보면 이용객들이 스키장 입구에서 앞뒤 간격 거리두기 없이 줄을 서 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모인 만큼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제기됐다.


이를 두고 정부가 스키장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내가 아닌 실외 시설이고, 마스크를 쓴다 해도 수천명의 이용객이 몰리는 만큼 방역 수준을 더 올리거나 운영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기업이 운영하는 스키장은 방관하고, 오히려 영세 자영업자가 주로 운영하는 까페나 독서실을 규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 네티즌은 “스키를 탈 때는 마스크를 써도 스키장 내부에 음식점이나 스낵바가 있으면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이왕에 사회적 거리두기 할 거면 사람이 많이 오는 곳부터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을 마친 한 수험생은 인터넷 게시판에 “대학 입시 논술을 준비해야 하는데 학원이 문을 닫아 할 수가 없다”며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고 앉으면 스키장이나 학원이나 똑같은데 학원만 규제하고 있다”고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