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2’…가덕도공항 갈등에 고립된 TK 지방의회

입력 2020-12-07 14:40 수정 2020-12-07 14:56
공항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산 가덕도 모습. 연합뉴스

그동안 지방 살리기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던 전국의 지방의회가 가덕도공항 문제로 갈라졌다. 다른 지역과 정치적 지지 기반이 다른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는 고립된 상태에서 힘든 싸움을 벌이게 됐다.

대구·경북도의회는 7일 대구시의회에서 가덕도공항 추진 반대 입장 등을 밝히는 긴급 합동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전국 시·도의회 의장들이 부산 모여 가덕도공항 지지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도의회 의원들은 “부·울·경 정치권이 보궐선거를 위해 5개 시·도의 영남권 신공항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일방적으로 들고 나온 가덕도공항 주장을 14개 시·도의회 의장들이 명분도 없이 동참하고 지지하는 것은 매우부적절한 처사”라며 “부산시의회가 일방적으로 주도한 ‘가덕도공항 지지 선언’에 동참하며 영남권 신공항의 당사자인 대구와 경북을 ‘일각’이라 표현하며 폄훼한 것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일원으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오랜 기간 연대해 쌓아온 신뢰와 우정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불순한 정치적 이유로 김해신공항 백지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규정한 대구·경북도의회는 14개 시·도 의회 의장들에게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가덕도공항 지지 선언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부·울·경 정치권을 향해서도 영남지역 공존의 틀을 파괴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가덕도공항 건설 지지 선포식에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한 인천시의회 의장을 제외한 14명의 의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가덕도공항 건설 지지 선언문을 발표하며 부·울·경 정치권이 주장하고 있는 가덕도공항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의장들은 선언문을 통해 가덕도공항 건설은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이며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가덕도공항 건설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14명 중 13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1명이 무소속이다.

전국 지방의회가 함께 가덕도공항 추진 찬성을 외치고 나서는 일이 벌어지면서 대구·경북은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구·경북도의회 의원 대다수가 야당 소속인데 야당 내에서도 가덕도공항 문제로 의견이 갈려 중앙당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지역에서는 대구·경북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