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하자면서 신공항? 집권 여당의 ‘토목 내로남불’

입력 2020-12-07 14:36 수정 2020-12-07 20:42
탄소 중립하자면서
CO₂ 배출 많은 공항 증설 주장
선거 무관한 산림관광은 제동
과거 욕하더니 SOC 예산 역대급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토목 사업과 관련한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신공항 건설을 두고는 환경 훼손 우려와 정부 반발에도 일사천리로 추진하면서 정작 선거와 관련이 없는 정부의 산림관광 사업은 환경단체 반발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7일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여당의 ‘묻지 마 신공항’ 정치 탓에 벌써부터 정부·여당의 탄소 절감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크다.

‘환경 파괴’ 이유로 산림관광은 제동 걸면서 신공항은 Go?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11명은 최근 “기재부는 ‘한걸음 모델’에서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걸음 모델은 신산업이 기존 산업 혹은 이해관계와의 충돌로 활성화되지 못할 때 정부가 상생조정기구를 통해 사회적 타협을 끌어낸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시행된 사업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새로운 관광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산림관광 활성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환경·산지 규제 등으로 제약이 많다”며 지리산에 케이블카 등을 설치하는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를 한걸음 모델 우선 추진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 사업에 대해 문제 삼은 것은 산림 환경 파괴 우려다. 이들은 “대규모로 산림을 파헤치고 반달가슴곰을 쫓아내는 낡은 토건 사업을 ‘신사업’이라며 한걸음 모델 시범사업으로 선정한 것 자체가 기재부가 1960~70년대 개발 논리에 젖어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정작 마찬가지로 환경 파괴 우려를 지적받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해서는 입 싹 닫고 ‘올인’하는 모양새다. 4년 전 국토교통부 의뢰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연구를 수행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당시 보고서에서 “가덕도 신공항은 산지 절토(흙을 깎는 작업), 매립 등 막대한 양의 입지조성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는 해당 지역 자연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항입지 인근에 생태 1등급, 2등급 권역이 있으며 가덕도 내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과 산악보호지역과도 인접했다”고 적시했다. 당시 신공항 후보지 중 가덕도는 ‘환경성’ 분야에서 28점으로, 47점을 받은 김해신공항이나 30~31점을 받은 밀양 신공항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2016년 쓴 동남권 신공항 연구용역 보고서에 나온 가덕도 주변 환경에 관한 내용. 보고서에는 공항입지 인근에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과 산악보호지역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ADPi 보고서 캡처)

그런데도 지난달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계획안에 대해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리기 무섭게 민주당 의원 138명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촉진 특별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이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 지역 일부 진보정당들이 민주당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대구와 광주에도 국비로 신공항 건설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야당에 제안했다.

이런 움직임은 유럽 환경운동가들이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비행기 여행을 자제하자는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운동을 벌이는 것과도 정반대 양상이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1㎞ 운항할 때마다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285g으로, 14g인 기차의 20배가 넘는다.


욕할 때는 언제고 대규모 SOC 편성

민주당의 ‘토목 내로남불’은 예산 편성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당은 과거 야당 시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통한 경기 부양을 강하게 비판해놓고 정작 내년 SOC 정부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다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 SOC 예산(23조2000억원)보다 14.2%나 늘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 시절 4대강 사업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는 4대강 사업과 마찬가지로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추진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예타 실시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노웅래 의원 대표 발의)까지 발의된 상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