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피해자 10명 중 9명 훨씬 넘게 폭행 당해

입력 2020-12-07 11:44

일제강점기 이후 1982년까지 부랑아 수용시설로 아동 인권유린을 자행해온 선감학원 피해자 10명 중 9명이 훨씬 넘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피해자들에게는 성폭력, 강제노역 같은 심각한 인권침해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퇴소 후에도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빈곤하게 살고 있어 선감학원에서의 경험이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는 지난 4월 16일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신고센터 개소 이후 90여 명의 신규 피해사례 접수를 받았다며 경기연구원이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사망자·주소불명자·단순전화접수자를 제외한 선감학원 입소자 중 9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거의 대다수인 93.3%가 ‘구타와 기합을 당했다’고 대답했다.

‘성추행이나 강간을 당했다’는 답도 각각 48.9%, 33.3%로 조사됐다(복수 응답 가능).

강제노역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98%가 풀베기, 잡초제거, 양잠, 축사관리, 염전노동, 농사, 나무베기 등 노역을 한 경험이 있었다고 했다.

또 응답자의 96.7%가 ‘사망자 목격 경험이 있다’고 했고, 특히 ‘시신처리에 동원됐다’는 응답자도 절반(48.4%)에 이르렀다.

선감학원에서의 생활이 퇴소 이후의 삶에도 여전히 영향을 끼쳐 응답자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선감학원 입소로 인한 교육 단절로 응답자 85.8%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이었다.

응답자의 76.1%가 퇴소 후에도 진학하지 못하고 구두닦이, 머슴, 넝마주이 등 고된 저소득 직업군에 종사했다.

이날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연구는 선감학원 진실규명 조사의 첫 시작”이라며 “선감학원사건은 국가폭력에 의한 지속적인 아동인권유린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진실이 신속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평화부지사는 “경기도는 오는 10일 활동을 재개하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제2기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0일 정식 출범해 2022년 12월 9일까지 위원회 및 각 지자체 접수처를 통해 진실규명 신청을 받는다.

한편,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조선소년령 발표에 따라 안산시에 설립된 감화원으로 해방 후에도 폐원되지 않고 1982년까지 부랑아 갱생과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도심 내의 부랑아를 강제로 격리·수용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