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쿠릴열도서 태어나면 일본인”…러시아 “선넘지 마라”

입력 2020-12-06 22:54

러시아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의 4개 섬을 두고 이번에는 미국과 충돌했다. 미국 국무부가 행정 문서를 통해 남쿠릴열도에서 태어난 러시아인들을 일본 국적자로 간주한다고 밝히자, 러시아가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얼마 전 추첨을 통해 자국 영주권을 발급하는 복권식 이민 프로그램인 ‘다양성 이민비자’(Diversity Visa) 안내문에서 “하보마이·시코탄·쿠나시르·이투루프 등(남쿠릴열도 4개섬)에서 태어난 사람은 일본인”이라고 명시했다.

현재 남쿠릴열도는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이다. 이곳 태생 러시아인들을 일본 국적자로 간주한다는 것은 남쿠릴열도를 일본 영토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러시아 정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텔레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1945년의 결정(제2차 세계대전 종전 결정)으로 쿠릴열도는 소련으로 넘어왔다”면서 “(미국은) 자신들의 레드라인(한계선)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일본 간 문제에 미국은 참견하지 말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러시아와 일본은 남쿠릴열도를 두고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조약을 근거로 쿠릴열도의 영유권을 주장한다. 반면 열도를 관할 중인 러시아는 남쿠릴열도가 2차 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 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면서 반환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