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선 기간에 약속한 코로나19 백신 공급량의 10%를 겨우 생산할 전망이다. 당초 3억회 분량을 공급하겠다고 장담했는데 실제로는 최대 4000만 도즈(1회 접종분)를 만들 수 있다는 백신 개발팀 관리자의 증언이 나왔다. 백신 공급난이 확실시되자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인 의료현장에서는 혼선이 일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총괄하는 ‘초고속 작전’ 팀의 최고 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는 올해 연말까지 공급할 예정인 코로나19 백신이 3500만 ~ 4000만 도즈에 그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2000만 명이 코로나19 면역을 생성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7월 약속했던 3억 도즈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연방 보건부는 이달 안으로 각 주(州)에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공급난에 목표량을 크게 줄였다. 이에 따라 각 주의 보건의료 현장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각급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ICU) 전담 의료진을 접종하는데 필요한 백신도 모자랄 지경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메인주가 당초 공급받기로 한 코로나19 백신은 3만6000 도즈였다. 하지만 현재 받을 수 있는 양은 33% 수준인 1만2675 도즈이다.
메인주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인 나리브 샤 박사는 “지금 할당된 양은 응급실과 ICU 현장 인력을 접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했고, 재닛 밀스 메인 주지사도 “우리 주에 필요한 양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백신 제조사들은 원재료의 공급 부족 및 제조 공정상의 문제 등을 백신 공급 차질의 원인으로 내세운다.
영국이 세계 최초로 긴급 사용을 승인한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는 대량생산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 백신의 원료 물질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의 에이미 로즈 대변인은 “원재료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모으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화이자는 올해 말 백신 생산량 전망치를 당초 1억 도즈에서 5000만 도즈로 절반가량 줄였다. 다만 내년 생산량 전망치는 13억 도즈로 기존 수치를 유지했다.
또 다른 백신 개발사인 모더나 역시 원료의 대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스테파네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WP와 인터뷰에서 원재료 확보가 관건이라면서 올해 생산량을 1000배로 증량했지만 넘치는 수요가 공급체인에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특히 원재료 확보와 관련해 “하나라도 빠지면 (그것을 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