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반토막났네, 이를 어쩌나”…美 기부단체들 울상

입력 2020-12-06 19:52 수정 2020-12-06 19:54
미 abbynews

올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미국 비영리법인들의 기부금 수익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반면 식료품·생계비를 요청하는 빈민의 숫자는 1.5배 이상 늘어나 기부단체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미 abc뉴스가 보도했다.

케네스 호더 미국 구세군 총사령관은 “구세군이 올해 제휴한 모든 소매점 앞에 붉은 기부냄비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더 사령관은 “전국적으로 소매점 숫자가 줄어들었고, 유동인구 및 후원금도 감소했다. 이로 인해 모금활동이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미 구세군의 당초 목표 모금액은 1억2600만 달러(약 1370억 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예상 모금액은 그 절반인 6000만 달러(약 650억 원) 수준이다. 호더 사령관은 “(남은) 6000만 달러를 메울 방법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금을 넣는 미국인 모습. 미 abc뉴스

빈민가의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기부하는 마린 토이즈 재단은 협력사의 발길이 뚝 끊겼다. 마린 토이즈 재단의 켈리 하디슨 부사장은 “올해에는 전통 깊은 화이트 컬렉션박스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기업이 많지 않다”면서 “현재 수집된 장난감은 매우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토이즈 재단은 미국 어린이 700만 명에게 약 1800만 개의 장난감을 공급하고 있다. 하디슨 부사장은 “빈곤선에 놓인 어린이는 1550만 명 정도여서 필요한 물량의 절반을 간신히 채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부 실적은 저조한데 도움을 요청하는 빈민의 숫자는 크게 늘었다.

푸드뱅크에서 음식을 받아가는 빈민 모습. 미 abc뉴스

미국 최대의 식료품 기부단체(푸드뱅크)인 케이티 피츠제럴드에 따르면 올해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인은 약 5000만 명이다. 지난해보다 60%나 증가한 수치다. 이 단체는 미 전역의 푸드뱅크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티 피츠제럴드 최고운영책임자는 “빈민들이 식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빈민들이 생존에 필수적인 약값, 난방비는 줄일 수 없으니 비교적 덜 급한 식료품 지출을 아낀다는 지적이다. 피츠제럴드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할 사람들이 건강 악화나 실직처럼 나쁜 일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구세군의 호더 총사령관은 “집세, 식비, 시설 입소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면서 “올해 크리스마스에 구세군을 찾는 사람이 지난해의 155%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