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국 기원설’을 부정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에는 정부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관련 정보를 은폐해 글로벌 팬데믹으로 이어졌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전염병학 수석 전문가인 우쭌여우는 5일 베이징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베이징포럼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과학적이고 시기적절했으며 투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지난 1월 후베이성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발생한 지 3주 만에 인구 1000만명의 도시 우한을 봉쇄했다는 점, 당시 연관 감염자가 27명에 불과했던 화난수산시장을 전격 폐쇄한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또 중국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발견 후 임상 진단을 위한 시약을 만드는 데 1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이는 기록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초기 대응은 중국과 국제사회가 전염병을 예방하고 통제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최근 수입산 냉동식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를 내세워 코로나19 해외 유입설을 적극 띄우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우한이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더해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의 또 다른 축인 초기 대응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여론전을 펴기 시작했다.
중국 관변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베이징포럼이 코로나19 관련 유엔 특별회의가 개최된 시기에 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유엔 회의에서 중국을 손가락질하며 중국의 은폐 때문에 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이어졌다는 정치적 주장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외신 보도를 인용해 “미국은 다자간 행사를 ‘중국 선전용 무대’라고 부르며 이번 회의가 중국의 목적에 맞게 사전 설계됐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CNN에 따르면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총회에서 사전 녹화된 연설을 통해 중국이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조사 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이자 장관은 “세계보건총회(WHA)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바이러스 기원 조사 착수를 지시했지만 결과물은 내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 나쁜 점은 국제 전문가들이 한 국가의 전문가가 공개한 결론만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WHO 전문가들이 중국이 공개하는 제한된 정보를 기반으로 기원 조사를 벌이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핵심은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처음 등장했느냐가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시기적절하고 투명하게 공유했느냐는 것”이라며 “정보 공유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들의 직무 유기는 지구를 완전히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연내 자국산 불활성화 백신 6억회 접종분 출시를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공정원의 왕쥔즈 원사는 지난 4일 우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1~2주 내에 큰 뉴스가 발표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중국은 자국산 백신이 저렴하고 운반하기 쉬워 경쟁력이 있다며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