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첫해 ‘입법 전쟁’의 성패를 판가름할 디데이가 다가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쟁점법안 처리의 승부처로 잡았다.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비롯한 3대 개혁입법과 공정·민생법안 등 15개 미래입법 과제를 최대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공수처법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와중에, 일부 법안은 개별 상임위를 통과하고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표결을 앞둔 상황이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3대 권력기관 개혁입법 중 국정원법·경찰법 개정안은 국회 정보위와 행안위 전체회의 의결이 끝난 상태다. 국정원법 개정안은 향후 국정원이 국내정보 대신 국가보안법 위반범죄, 방첩·대테러 등에 대한 정보 수집만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회의 국정원 통제권도 강화된다. 대공수사권은 경찰로 이관하는 대신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해 3년간 유예 기간을 뒀다.
경찰법 개정안은 기존 경찰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이 통과되면 내년 7월 1일부터 전국에 자치경찰제가 전면 시행된다. 자치경찰은 방범 순찰과 교통안전·아동 수색 등을 담당하고, 국가경찰은 보안·경비 업무 등을 맡는다. 여기에 국가수사본부가 신설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두 기관의 개혁법안이 서로 맞물려 있는 셈이다.
다만 경찰법과 달리 여당이 단독 처리한 국정원법 개정안은 법사위 심사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을 향해 전단 살포나 확성기 방송 등을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대북전단금지법에는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야당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또 경찰법에도 야당은 물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까지 “경찰 권력을 견제·감시할 장치가 없다”고 반대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1호 당론 법안인 ‘일하는 국회법’은 일부 개정안이 운영위 문턱을 통과했다. 이른바 ‘상시 국회’ 조항을 통해 1월과 7월만 제외하고 사실상 매달 정기·임시국회가 열리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임위 전체회의는 매달 2회 이상, 법안심사소위도 3회 이상 의무적으로 열도록 했다. 전체회의에 불참한 의원 명단은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다.
일명 ‘조두순 재범 방지법’도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은 사람에 대해 아동·청소년 통학시간 등 외출 제한, 어린이보호구역 접근금지 명령 등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출소 즉시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될 조두순의 재범을 막겠다는 취지다.
재계 반발이 높은 공정경제 3법 등은 여야 합의 속도가 더뎌 본회의 처리까지 시일이 촉박한 상황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 3% 제한(상법)과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공정거래법) 등을 놓고 법사위와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막혀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지만, 당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방향성은 동의하지만 구체적 각론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호 당론 법안인 5·18특별법 등의 정기국회 내 처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5·18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고 역사 왜곡 등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초선 의원들은 6일 국회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찾아 사회적 참사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약속했다. 오는 10일로 종료되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공수처법과 공정경제 3법, 사회적 참사 특별법 등은 이번 회기 내 반드시 처리해야 할 입법 과제”라고 강조했다.
양민철 이상헌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