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로 불똥 튄 秋·尹 대전… 법관들은 갑론을박

입력 2020-12-06 15:17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법관 사찰 의혹’을 놓고 법원 내부에서 격론이 오가고 있다. 현직 법관 중 일부가 7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정식 안건으로 삼아 사법부 차원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수사의뢰 등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요구에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사법부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경우 정치적 해석이 난무할 것을 우려한 탓이다.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맞서는 가운데 전국법관대표회의 결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7일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회의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이 지난 2월 만든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한 대응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문건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권남용 혐의 수사의 근거가 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법관대표들이 회의 전까지 이 문제를 다룰지, 다룬다면 어떤 내용과 방향으로 다룰지 소속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의를 촉발시킨 인물은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였다. 장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전국법관대표회의 비공개 커뮤니티에 ‘법원행정처가 판사 사찰 의혹 사례를 조사해 법관대표회의에 보고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안건의 상정을 제안했다. 뒤이어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 이봉수 창원지법 부장판사, 김성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도 장 부장판사에 동조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리고 법관대표회의나 행정처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다.

행정처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행정처 내부에서는 당혹스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사법부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 국면에 휘말리는 것이다. 특히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판사들이 움직여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의혹이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지면서 행정처가 잘못 나섰다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왔다고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의원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와 무관하게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원 내부는 갑론을박 중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침묵하는 다수’도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영향력이 큰 자리에 있으니 판사들이 감수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참가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재판 독립성을 주장하려는 목적과 달리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법원이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해진 상황”이라며 “대검의 판사 정보수집이 남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표명 정도는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