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내 반중국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올해 약 22만명의 홍콩인이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여권국은 올해 1~10월 홍콩인 21만6398명에게 BNO 여권을 발급했다고 밝혔다. 10월 한 달에만 5만9798명의 홍콩인이 이 여권을 발급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늘어난 수치다. 통신은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1분에 5개 이상의 BNO 여권이 발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후 이민법을 개정해 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에 대해 5년간 영국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영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절차도 간소화했다. 영국 내무부는 이런 조치에 따라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약 32만명의 홍콩인이 영국으로 이민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은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홍콩 거주자들을 영국의 재외국민으로 인정하는 BNO 문서를 발급했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국가 분열, 테러, 외국과 결탁한 안보 범죄 등 4대 범죄를 처벌하는 내용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영국은 홍콩 문제와 중국 내정에 간섭하기 위해 BNO 여권을 반복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영국이 계속해서 약속을 어기면 중국은 BNO 여권을 유효한 여행 증명서로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며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전 야당 의원인 테드 후이가 5일(현지시간) 망명 희망지인 영국 런던에 도착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불법 집회 선동 등 9가지 혐의로 기소된 후이 전 의원은 기후 문제 관련 공식회의에 참석한다는 명분으로 법원으로부터 덴마크 출국을 허가받은 뒤 덴마크에서 망명을 선언했다. 그는 런던 공항 도착 직후 인터뷰에서 “아마도 다시는 홍콩에 돌아갈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자유 국가에 온 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홍콩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후 해외로 망명한 전직 의원은 네이선 로에 이어 테드 후이가 두 번째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