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다른 질환에 따른 병원 이용이 감소했지만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금 지출은 되레 늘었다. 소수 이용자의 보험료 과다 청구, 비급여 진료가 만연해 보험사 손실이 커졌다. 보험료 대폭 인상으로 나머지 가입자가 피해를 안게 된다.
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손해보험업계의 실손보험금 지급액(발생손해액)은 7조474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6조7500억원보다 10.7% 증가했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영업·운영비용 및 발생손해액을 뺀 금액(손실액)은 지난해 3분기 말 1조5921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7383억원으로 커졌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손해보험업계는 실손보험으로 2조원 넘는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건보 미적용 진료↑ 소수 과다이용 탓…보험료 '껑충'
올해는 전액 정부가 지원하는 코로나19 치료 외에는 의료기관 이용이 줄어 실손보험 손실이 많이 개선되리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2020년 적용된 손해보험사 전체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률은 평균 6~7%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경증 환자 중심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도수치료 같은 건강보험 미적용 진료가 빠르게 늘어난 것을 문제로 지적한다. 또한 50%가 넘는 가입자는 외래 진료비조차 청구하지 않는데 소수 가입자가 많게는 수백회 진료를 몰아받는 게 현실이다.
보험연구원(KIRI)이 6일 발표한 KIRI 리포트의 ‘실손의료보험 청구 특징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전체 가입자 중 2~3%는 연간 입원비를 100만원 넘게 청구한다. 반면 95%는 입원비를 아예 청구하지 않거나 청구 금액이 연간 50만원 이하에 그친다. 외래 진료의 경우 9%만이 연간 30만원 이상을 청구하고, 80% 이상은 10만원 미만을 청구했다.
정성희 연구위원과 문혜정 연구원은 “실손보험 청구의 특징은 의원급 비급여 진료 증가와 특정 진료과목 집중 현상, 소수 가입자에 편중된 이용으로 요약된다”며 “이에 따라 대다수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보험료 부담이 전가된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 그 피해는 다수 국민이 입는다. 보험료는 갱신 때마다 대폭 인상되고, 고령자의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금융 당국은 현재 상태로는 실손보험이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 상품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중병을 제외한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청구하는 ‘4세대 실손보험’ 구상안을 이번 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