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집회 강행’ 민주노총 “1인 시위 왜 막냐”…여의도 곳곳서 경찰과 충돌

입력 2020-12-04 15:21
전태일 3법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예고한 민주노총 관계자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여의대로 일대에서 경찰의 통제에 항의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민주노총의 산발적인 집회에 대비해 국회 주변에 차벽을 세우고 출입을 통제했다. 정우진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서울시의 집회 금지 방침에도 민주노총이 4일 산발적 1인 시위 방식의 집회를 강행하면서 여의도 곳곳에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4일 1000여명 규모로 여의도 일대 23곳에서 집회 및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이날 오전부터 여의도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하면서 시위대가 대규모로 모이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여의도 일대에 181개의 경찰부대를 배치하고 차벽, 안전펜스 등으로 시위대 집결을 차단했다.

하지만 시위를 예고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시위 장소인 국회 쪽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이를 경찰이 저지하면서 몸싸움 등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시위 참가자 A씨는 “다른 시민들은 다니게 하면서 난 왜 못 가게 막는 것이냐. 내가 무슨 불법무기라도 소지했냐”며 고성을 질렀다. 시위 참가자와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중 1명이 경찰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다.

민주노총 관계자가 4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정우진 기자

경찰의 통제에 시위 장소로 집결하지 못한 일부 조합원들은 여의도 곳곳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이들은 2~3m씩 거리를 둔 채 ‘노조파괴법 저지’ ‘역대급 노동개악 중단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일부 조합원들은 통제 구역 바깥에서 삼삼오오 모여 ‘크게 우회해서 들어가는 방법을 찾아보자’ ‘경찰을 만나면 일단 서로 멀리 떨어지자’며 집결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B씨는 “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집회 인원을 9명으로 신고했는데 그마저도 막아 1인 시위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해산 경고 방송을 하면서 도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시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여의도 일대 집회를 금지한 것에 대해 “방역 실패의 책임을 민주노총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 확산은 소규모 집단감염이 원인이고 집합금지 장소와 김염위험 시설에 대한 예방, 단속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은 서울시의 몫”이라며 “왜 그 책임을 야외에서 삼삼오오 모여 의사를 표시하는 민주노총에 덧씌우느냐”고 비판했다.

시위 참가자 C씨는 “서울시가 (집회가 예정된) 4일부터 9일까지를 콕 집어서 금지하는 것은 감염병을 이유로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멈추려면 전체 시민을 멈추게 해야지, 지하철엔 지금도 사람들이 빽빽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있지만 노조법 개악 저지를 막기 위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의도를 찾은 시민들은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여의도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한 정모(28)씨는 “확진자가 500명씩 나오다가 오늘은 600명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 굳이 집회를 강행해야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전역에서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한 바 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4일부터 9일까지 민주노총이 여의도 일대에 신고한 집회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를 근거로 금지 조치를 취했다.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준수하더라도 집회가 언제든 대규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회 강행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방역당국의 집회금지 명령에도 국회 등 여의도에 집결해 집회를 강행하는 경우 해산 절차를 진행하는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강력하게 사법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