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난이도 보니… 국어 어렵고 영어 평이, 수학은 변별력 조정

입력 2020-12-03 18:26 수정 2020-12-03 22:25
코로나19로 등교 중지 등 힘든 한 해를 보낸 고3 수험생들이 3일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고 있다. 최현규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출제 당국의 고심이 엿보이는 시험이라고 입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른바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으로 간편하게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하려 하지 않고, 준고난도 문항을 적절히 배치해 적정 난도를 유지하려 했다는 평이다.

국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았다. 지난해 수능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 140점으로 다소 까다로운 시험이었다. 원점수 기준 1등급 구분점수(컷)가 91점 수준이었다. 지난해보다 어려웠다면 수험생들이 상당히 애를 먹은 것이다. 입시 업체들은 올해 국어 1등급컷이 87~89점 수준으로 전망했다.

당초 입시 전문가들과 교사들은 “지문의 길이가 짧아졌고 초고난도 문항과 매력적인 오답을 배제한 듯하다. 지난해보다 평이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저녁 가채점 결과가 일부 취합되면서 성적이 내려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문항 자체는 예년 수준이었는데 수험생들이 어려워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교육이 파행되면서 공부를 제대로 못했고, 마스크와 책상 칸막이 같은 환경 변화, 1교시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난도 문항으로는 29번 독서(채권 관련 법률문제), 40번 문학(고전 시가와 고전 수필 이해)이 꼽혔다. 하지만 눈길을 끌 만한 초고난도 문항은 없었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어 영역은 평이했다는 분석이 많다. 작년 수능 1등급 비율이 7.4%, 6월과 9월 모의평가가 각각 8.7%, 5.8%였는데 이보다 비율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BS 연계지문의 난도도 낮았고 빈칸 추론 또한 어렵지 않았다. 33번(빈칸추론) 37번(글의 순서)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문항으로 꼽혔다. 전반적으로 수험생 부담을 완화해주려는 의도란 해석이다.

수학 영역은 지난해 평이했던 가형(이과용)은 약간 어렵게, 지난해 매우 어려웠던 나형(문과용)은 조금 쉽게 출제했다는 분석이 많다. 가형은 20번 적분, 21번 수열, 30번 미분 문제가 변별력 있는 문제로 꼽혔다. 초고난도 문항이 다소 쉬워졌고 준고난도 문항이 다소 까다로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가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 1등급컷은 128점(원점수 기준 92점)이었다. 평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출제 당국은 작년보다 변별력을 끌어올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초고난도 문항 외 다른 문항이 까다로워 상위권과 중위권이 체감하는 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입시 업체들은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을 89~92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는 92점이었다.

나형은 반대다. 지난해 ‘역대급 불수학’이었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무려 149점으로 1등급컷과 무려 14점이나 차이가 났다.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도 점수 차가 상당했다는 얘기다. 입시 업체들은 올해 나형이 지난해보다 다소 쉬워졌다고 분석한다. 20번 적분, 21번 수열, 30번 미분을 어려운 문항으로 꼽았으며, 쉬운 문항은 빨리 풀 수 있도록 비틀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어려웠던 지난해보다 쉬운 것이지 절대적으로 쉬운 시험은 아니어서 수학이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입시 업체들은 1등급컷을 88~92점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는 84점까지 1등급을 받았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