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직접 윤 총장 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 결정 이후 9일 만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말을 아꼈던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의 오찬에서 이런 지시를 내렸고, 이후 법무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법무부는 4일로 예정됐던 윤 총장 징계위를 돌연 10일로 연기했다.
문 대통령 언급은 윤 총장의 징계 이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적법한 ‘절차’를 강조하며 정치적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그동안 침묵했던 문 대통령이 ‘절차’를 언급한 것 자체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밀어붙이기’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브리핑에서 윤 총장 징계 청구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원회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했다”며 “문 대통령은 신임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지시 이후 추 장관은 4일로 예정됐던 검사징계위원회를 오는 10일로 연기했다. 앞서 지난 2일로 예정됐던 기일을 4일로 미룬데 이은 두 번째 재지정이다. 법무부는 이날 “검사 징계위 심의와 관련해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 보장을 위해 윤 총장의 기일 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윤 총장 측은 “4일 징계위를 여는 것은 형사소송법 위반이라 8일 이후에 기일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 때문이 아니다. 대통령 말씀 등도 감안해 윤 총장 방어권을 더 보장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정당한 절차’를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적법한 절차’를 준수했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 징계 수위를 법무부가 정하면 대통령은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청와대가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총장 징계 절차와 수위에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개입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법무부에도 최대한 절차를 지키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 (윤 총장 측의) 이의를 받아준 것”이라며 “이 중차대한 사안을 막 밀어붙이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절차의 공정성’을 언급한 것은 추 장관의 징계 청구 과정이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을 언급한 것은 징계 청구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크게 흔들렸다, 징계 결정이 국민적 신뢰를 담보할 수 없게 됐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법무부 징계위가 10일로 지정된 것을 눈 여겨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9일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를 명분으로 추 장관이 명예퇴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이후엔 법무부 징계위가 진행되더라도 ‘정치적 해법’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임성수 나성원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