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강요셉(42)에게 오페라 ‘라 보엠’은 도약의 동의어다. 독일 베를린도이치오퍼에서 한국인 최초 주역 가수로 11년간 활약한 그를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게 한 작품이어서다. 그는 2013년 12월 최정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오른 빈 국립극장 ‘라 보엠’을 계기로 2017-2018시즌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 진출했다. 그가 국내에서 존재감을 각인한 무대도 2012년 정명훈이 지휘한 국립오페라단의 창단 50주년 기념작 ‘라 보엠’이었다.
강요셉은 11~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이 “성악가로서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2년 전 성대 수술을 받은 후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을 비롯해 무대마다 아쉬움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이번 공연은 정말 ‘제대로’다. 비단 작품 만이 아니라 강요셉 본연의 모습도 보여줄 기회”라고 자신했다.
푸치니의 ‘라 보엠’은 184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강요셉은 폐병에 걸린 옆집 아가씨 미미와 애달픈 사랑을 나누는 시인 로돌포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이 코로나19를 겪는 관객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강요셉은 “이번 ‘라 보엠’의 연출은 감동적인 원작 뼈대는 가져오되 현대의 드라마를 더했다”며 “개인적으로는 혈기 가득했던 2012년 공연과 달리 감정을 충실하게 담고 싶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11일 공연은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되기에 노래뿐만 아니라 깊이있는 연기력이 요구된다. 그는 “미미 역의 서선영씨와 처음 호흡을 맞추지만 연기에 대한 철학이 잘 맞는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가운데 손꼽을 정도로 연기 밀도가 높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테너 성부 음역대에서 거의 최고음인 하이C를 잘 부르는 것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2014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오페라극장이 100년 만에 올린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 텔’에서 하이C음을 30번 가량 내지르는 아르놀드 역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 어렵기로 유명한 이 역할로 그는 ‘윌리엄 텔’을 준비하는 여러 오페라극장의 러브콜을 받았으며 2016년 그라츠 프로덕션으로 오스트리아 음악극장상 남자 주역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성대폴립이란 위기가 찾아왔다. 이상 신호를 느낀 건 2018년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극장에서 마이어베어의 오페라 ‘위그노 교도’에 출연한 직후부터다. 강요셉은 러닝타임만 장장 5시간30분에 달하는 ‘위그노 교도’가 끝난 뒤 중음역에서 갑작스러운 음 이탈을 겪었다. 이후 성대폴립 진단에 따라 같은 해 12월 독일에서 수술을 받았다.
재활의 시간은 힘들었지만 그가 성악가로서 완숙해지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처음엔 두려움 때문에 노래 부르는 걸 주저했다. 수술 후 1년 동안 매일 레슨을 받으며 노래 노하우를 새로 다졌다”며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되면서 재정비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 출연하는 ‘라 보엠’은 내게 도약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오페라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그는 지난 2월부터 한국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안전하게 노래할 수 있는 환경과 공연을 보러 와주는 관객에 대한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국내에 머무르는 동안 여러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그는 ‘라 보엠’이 끝나면 내년 3월 서울시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준비에 들어간다.
“가수들은 계속해서 노래하는 게 중요한데, 한국에서 그게 가능해 고맙죠. 관객도 극장에서든 온라인에서든 오페라를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포기하면 인간은 너무 슬픈 존재일 것 같아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