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속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곳곳에선 방역과 수능 두 가지 목표를 병행하느라 유례없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수험생들은 병원·생활치료센터 내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 격리돼 시험을 봤고, 점심시간에도 고사장에서 제공된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문제지와 시험시간 등 나머지 조건은 일반 수능 시험장과 동일했다. 시험 감독관은 방호복을 입고 입실해 문제지를 배부하고, 시험이 끝난 뒤 문답지는 별도의 봉투에 담아 회수했다. 시험을 다 치른 후에는 수험생이 사용한 필기도구 등을 모두 의료폐기물로 취급해 폐기했다.
자가격리 대상 수험생들은 일반 시험장과 떨어진 별도의 시험장에서 응시했다. 이들은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타인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자가용, 소방서 구급차 등으로 이동했다. 이날 오전 7시20분쯤 자가격리자 전용 시험장으로 지정된 서울 오산고에서는 학부모가 차창만 내려 시험장 정문 앞 경비실에 수험생의 이름을 말하자 직원이 고사장 내부에 알린 뒤 차를 들여보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수험생 확진자는 37명, 자가격리자는 430명으로 집계됐다.
일반 고사장에서도 관계자들이 페이스실드, 방호복 등을 갖춰 입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고사장 입실이 시작된 이날 오전 서울 반포고 교문 앞에서는 한 관계자가 페이스실드, 방호복, 장갑 등 갖춰 입고 학생들을 안내하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도 마스크와 페이스실드를 착용하고 학교 인근에서 교통지도를 했다. 인천 부평고에서는 한 수험생이 방호복과 비닐장갑까지 갖춰 입고 입실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성모병원에서는 희귀혈액질환인 재생불량빈혈로 투병 중인 수험생 허모(19)양이 입원한 상태로 수능을 치렀다. 병원 측은 수능 일주일 전 희귀병 진단을 받은 허양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독립된 병실 공간인 21층 특실을 제공했고, 시험 중 긴급사태가 일어날 경우 바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직원 4명을 감독관으로 파견했다. 허양은 “의대에 진학해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비말 차단용 아크릴 가림막도 예정대로 책상 위에 설치됐다. 당초 아크릴 가림막이 책상 공간을 축소시키고 쓰레기를 대량 발생시킨다는 논란이 있었으나 교육부는 방역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이날 전 고사장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다만 추후 가림막 재활용 여부는 환경부와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김지애 강보현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