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바잉’ 30대라고 무조건 영끌?…“능력으로 집 샀다”

입력 2020-12-03 15:09

올해 들어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30∼40대가 대거 주택 매수에 나선 가운데 실상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로 대변되는 무리한 대출보다는 ‘능력’에 기반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3일 신용평가기관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30∼40대의 아파트 매수세가 매서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PIR(소득을 전부 모을 때 주택을 살 수 있는 기간)이나 연체율 등을 기반으로 볼 때 영끌보다는 능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30∼40대는 주택을 살 때 기타대출(주택담보대출 이외의 신용대출)을 활용하는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1.3∼3.1%p 높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2017년 6·19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제한되면서 나타났다는 게 건산연의 분석이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이러한 현상은 2017년 2분기 금융규제 도입 이후 나타났는데 현재 기타대출의 활용 비율이 이전 시기보다 특별히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비율은 2018년 1분기 이후 평균보다 0.6~1.1%p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3040의 주택매수가 영끌보다 능력에 기반한다는 주된 근거는 PIR과 연체율이다. 이들 세대의 PIR은 서울 평균 PIR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연체율도 0.4% 수준이다. 코로나19가 부른 경기 불안에도 안정적 수준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30대가 임대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낮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탠다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20, 30대는 40대 이상보다 다주택자 비율이 10%p 이상 낮다. 40대 대출자도 50대 이상과 비교하면 이러한 비율이 떨어진다. 특히 30대는 부동산임대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전 연령에서 가장 낮았다. 건산연이 “주택 수요는 가수요(假需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30·40대의 불안 심리와 소득 향상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한 이유다.

다만 건산연은 20대의 주택매입은 투자성향을 띈다고 분석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건령 20년 이상 (노후)주택을 매입한 비중은 20대가 56.0%에 달했으며, 20대 다주택자 중 34.5%가 기타대출을 활용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20대가 가장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띄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산연과 KCB는 “공황구매 현상이 영끌이 아니라 능력에 기반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영끌과 능력은 금리에 따라 손쉽게 갈릴 수 있고, 20대의 공격적 투자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금융안정정책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 규제 수준을 고려할 때 당분간 영끌과 갭투자가 아닌 실거주 및 주거 공간 상향을 위한 수요가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보여 이들의 수요에 적합한 수급 방안과 제도 개선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