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3일 임원 인사를 통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의 최측근인 박 사장은 SK하이닉스 부회장까지 맡게 되면서 그룹 내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을 통솔하게 됐다.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의 시너지가 주목된다.
박 사장은 기존에 맡고 있던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는 물러나게 된다. 대신 직접 경영에 참여해 SK하이닉스의 중장기 발전에 힘을 보탠다.
SK 관계자는 “융복합화가 심화되는 ICT 산업에서 반도체와 통신을 아우르는 SK ICT 패밀리 리더십을 발휘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 내 최고의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꼽히는 박 사장은 1989년 ㈜선경에 입사한 뒤 SK텔레콤 뉴욕지사장,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지원팀장(상무),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개발부문장,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SK C&C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박 사장은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고, 2017년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인수전에서도 최 회장의 일본 출장에 동행하는 등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유정준 SK E&S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유 부회장은 업계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성장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게 된다.
유 사장은 1998년 매킨지 재직 시절 최 회장이 발탁한 인물로, SK㈜ G&G추진단장(사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장·에너지신산업추진단 초대 단장·에너지화학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의 미래 에너지 사업을 이끌고 있다.
SK E&S는 추형욱 SK주식회사 투자1센터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1974년생인 추 신임 사장은 소재 및 에너지 사업 확장 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추 사장 선임으로 SK E&S는 유 부회장과 추 사장이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추 사장은 임원에 선임된 지 만 3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데, 연공과 무관하게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SK의 인사 철학이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염 사장은 지난 2017년부터 경영경제연구소를 이끌어 오며, 행복경영, 딥 체인지 등 SK의 최근 변화에 밑거름 역할을 해왔다는 평이다.
염 사장은 앞으로도 ESG 등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를 없애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 관련 어젠다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다.
이 외에도 바이오소위원회, AI소위원회, DT소위원회를 관련 위원회 산하에 운영하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환경, 지배구조 등 ESG 문제를 선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바이오, AI, DT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과 법무지원팀장을 맡은 윤진원 사장이,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에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선임되었으며, ICT위원회 위원장은 박정호 부회장이 맡게 된다.
이번 인사를 통해 신규 선임 103명에 부회장 및 사장 승진 4명을 더해 총 107명의 승진 인사가 발표됐다. 코로나 등 경영환경을 감안하여 예년에 비해 신규 선임 규모는 소폭 감소했으나 바이오, 소재, 배터리 등 신규 성장사업에는 능력 있는 인재들을 과감하게 발탁했다는 설명이다.
여성 인재의 발탁 기조도 유지되었다. 예년과 같은 7명이 신규 선임될 예정임에 따라 그룹 전체 여성임원 규모 또한 34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SK그룹은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젊고 유능한 여성 임원 후보군을 조기에 발탁해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아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어느 때보다 경영 불확실성이 큰 한해였지만, 성장을 위한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며 “내년 또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이번 인사가 그간 준비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 추진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