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코 브리핑] T1 합류한 양파 콤비 “캐리하겠다”

입력 2020-12-03 14:02 수정 2020-12-03 15:29

담원 소속으로 LoL 프로씬의 세계 대회 우승을 이끈 양대인-이재민 콤비가 T1으로 왔다. 감독-코치 직분을 스와프한 두 사람은 “‘감코(감독코치)’가 캐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2일 서울 강남구 T1 사옥에서 진행한 미디어 인터뷰에서 양대인 신임감독은 “저희는 분명 성공할 만큼 유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T1에 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페이커’ 이상혁을 직접 보고 싶었다. 이 외에도 아카데미를 비롯해 유능한 선수가 많은 게 컸다”고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양 감독은 T1 합류를 ‘도전’이라고 했다. 자신의 노하우를 집약해 폼을 끌어올린 팀을 놔두고 굳이 다른 팀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큰 변수 없이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에 닿을 만큼 담원의 폼을 끌어올린 둘은 이제 그 팀을 이길 더 대단한 전략전술을 구상해야 한다. 양 감독은 담원에서 뛰어난 선수들에게 ‘뇌지컬’을 입혀 완성된 팀을 만들었다고 했다. T1에선 ‘경쟁’을 중심으로 한 성장 프로세스를 가동한다. 양 감독은 근래 중국이 방대한 선수 풀을 바탕으로 한 선수간 경쟁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를 들며 “선수들을 분석하고 구분해서 저의 사고를 입힌 뒤 엄청난 트레이닝을 거쳐야 한다. 유능한 선수들의 경쟁 구도를 만들고 저희가 색을 입혔을 때 얼마나 팀 전체의 성장이 가속화될까 보고 싶다. 그 부분이 바로 도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T1 소속 정글러 셋을 예시로 들었다. ‘커즈’ 문우찬은 노련하고, ‘엘림’은 흡수력이 빠르고, ‘오너’ 문현준은 피지컬이 우수하나 백지 같은 상태다. 다른 유형의 세 선수가 성장하면서 동시에 경쟁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팀 전체 폼을 끌어올린다는 거다. 양 감독은 “롤드컵 결승 MVP를 받은 ‘캐니언’ 건부는 원래 성장형 정글러를 잘했는데 디테일한걸 가르치자 육각형 능력치가 되더라. 여기에서는 세 선수 능력을 끌어 올리면서 융합하는 게 목표다. 매우 힘든 일이지만 저에겐 도전이다”고 말했다.

이재민 코치는 “롤드컵 막바지에 양 감독과 감코 스와프를 하기로 정했었다. 이제 어떤 팀이든 같이 가게 되었는데 양 감독이 성장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듯 저 또한 T1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유능한 선수들과 호흡하며 성장하면 틀림없이 재밌게 할 수 있을 거라 봤다”고 말했다.

내년 봄에 만날 담원에 대해 양 감독은 “솔직히 걱정이 된다. ‘빌런’이라는 표현을 저는 쓰는데, T1에 와서 ‘저 악당들을 제압하자’고 말했다. 한해 동안 걸작을 만들어 놓고 나왔으니 이제는 1년 안에 그걸 깨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이보다 짜릿한 게 없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적어도 몇 수 위에 있어야 하지 않겠나. 연구를 넘어 해체 분석을 해서 어떻게든 이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T1은 세계 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든 팀이다. 그만큼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 양대인 감독은 “저희는 분명 성공할 만큼 유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T1에 왔다”면서 외려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T1은 느낌 있게 게임을 한다는 얘길 듣고 싶다”면서 “제가 성장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내부의 힘’이다. 우리가 가는 길이 적어도 제대로 가는 길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다면, 당장 성적이 조금 흔들릴지언정 결국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께 혼나면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하고 계속 가면 마침내 성공할 만큼 저희가 유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대인-이재민의 끈끈함은 능력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양 감독은 “어떤 사람이든 큰 일을 하려면 한 부분에서 안정화가 필요하다. 이런 안정이 있어야 여러 사고를 할 수 있다. 제가 어떤 개념을 만들고 시도하는 데 있어서 안정감을 이 코치를 통해 얻는다. 80%의 확신이 있다면 20%를 채워줄 만큼 유능하다. 토론을 할 때 나와 비슷한 맥락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기에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누구든 롤드컵 우승을 목표로 삼는데, 저는 이미 한번 이뤘다. 이제 어떤 목표를 잡아서 가느냐가 화두다. LoL e스포츠 판에서 꽤 오래 있을 텐데, 양 감독과 롱런을 하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 그에 포커스를 맞추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 생각한다. 성장과 재미를 어느 정도 성취할 수 있을지 생각했을 때, T1에선 확률이 높다고 봤다”고 밝혔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선수를 한 가지 목표로 응집하는 건 코칭스태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양 감독은 자신이 있다. 지도자로서 인사이트가 확고하다. 그는 “아무리 에고, 고집이 센 선수라도 저는 설득을 해낸다.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수는 개념으로, 어떤 선수는 마음으로, 어떤 선수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설득해야 한다. 그런 걸 잘하는 게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적인 면을 잘 통솔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T1의 체질 개선도 강조했다. 양 감독은 “저는 정적인 걸 두고 보지 않는다. 그 원인을 찾을 것”이라면서 “올해 시즌 초 정적인 챔피언이 좋았던 때가 있었는데, 롤드컵 결승에서 봤듯이 어느 정도 티어정리가 되면 한순간 한순간 한 발 넘으면 죽는 게임이 나온다. 그걸 가지고 초고수들이 싸우는 거다. 메타가 바뀌었고 2021년 T1은 다를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양 감독은 “저는 LoL판에 들어온 때부터 ‘코치계의 메시’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1년 공부하고 담원에서 연구한 데이터를 적용하면 확신이 생겼다. 내년 이맘때 제가 ‘1년 동안 하얗게 불태웠다’는 느낌을 받는 게 제 목표이자 각오”라고 힘줘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