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동영)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최응천)은 국내에 들여와 보존처리를 마친 미국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를 특별전 ‘해학반도도, 다시 날아오른 학’을 통해 4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이 그림은 미국인 사업가 찰스 굿리치가 자신의 서재를 꾸미기 위해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후반 구입한 것으로 사후 이를 상속받은 조차가 1941년 데이턴미술관에 기증했다. 굿리치가 어느 나라에서 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병풍은 기증 당시 일본의 장정 형식인 6폭의 판으로 구성이 됐다. 각 판은 두 폭의 비단 그림으로 연결돼 있어 원래는 12폭 병풍을 일본식으로 개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김수진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말했다. 원래 그림을 굿리치가 집안에 맞게 재장정했기 때문에 기증 당시 회화의 양 끝을 비롯해 곳곳이 잘린 상태였다
해학반도도는 십장생도(十長生圖)의 여러 소재 중에서 바다(해, 海), 학(학, 鶴)과 복숭아(반도, 蟠桃)를 강조해 그린 그림이다. 조선 말기에 궁중에서 크게 유행해 왕세자의 혼례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위해 여러 점 제작되었다. 특히, 해학반도의 복숭아는 3,000년마다 한 번씩 열매를 맺는 장수를 상징하는 열매로, 이 그림에는 영원한 삶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데이턴미술관의 해학반도도는 배경에 금박을 사용한 매우 희귀한 작품으로 현재 남아있는 해학반도도 병풍 중 가장 큰 규모(그림 210.0×720.5㎝)다. 통상 병풍이 8폭, 10폭인 것에 비교해 12폭이나 되며 높이도 높다. 금박회화는 일본에서 유행하던 회화 방식이며 조선 시대는 불화 등 특수한 용도 외에는 따라서 쓰지 않았다.
일반용으로 금박회화가 나온 것은 2006년 발견된 미국 호놀룰루박물관 소장 해학반도도 병풍이 유일했다. 김 교수는 “당시 조선 회화가 맞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에 추가로 금박 회화가 확인됨으로써 이것이 20세기 초 한일 간 미술 교류를 통해 정착된 장르였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고 말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