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철거와 존치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던 대통령 옛 별장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이 결국 존치된다. 충북도가 사법적 과오를 적시한 안내판을 세우는 조건으로 존치를 공식화했다. 이들의 이름을 딴 대통령길 명칭은 폐지하기로 했다.
이시종 지사는 3일 비대면 브리핑을 통해 “동상 철거와 존치의 중간점인 사법적 과오를 적시해 존치할 것”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청남대 동상은 관광 활성화 목적에서 건립된 조형물로 청남대 관광에 생계를 의존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동상 존치 요구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철거 법적근거 미비와 동상 철거·존치로 갈려 있는 도민 여론 등 여러 변수를 종합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픈 역사를 지우기보다는 아픈 역사를 아프게 기록하는 것도 한편의 역사”이라며 “ 사법적 과오 적시, 동상 위치, 이명박 전 대통령 동상 문제 등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자문위원회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최근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상 역시 동일하게 처리할지 여부를 자문위에서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동상 철거를 요구해온 5·18 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도지사의 존치 결정에 통탄한다”며 “위법이 아니고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억지 논설을 펴는 것이 더욱 부끄럽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왜 정의로운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회피하는 지 납득할 수 없다”며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정의도 바로 세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충북도는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하고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라”며 “학살반란자의 동상이 있는 청남대 안가기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남대는 옛 대통령 별장으로 제5공화국 시절인 1983년 건설돼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일반에 개방됐고, 관리권도 충북도로 넘어왔다. 도는 2015년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웠다.
청남대를 방문한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산책길도 조성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청남대를 방문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고 2017년 3월 파면 결정이 나면서 관련 산책길이 조성되지 않았다.
도는 청남대에 역대 대통령 동상, 유품, 사진, 역사 기록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