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전두환 동상 결국 존치…“아프게 기록도 역사”

입력 2020-12-03 12:20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안에 세워져 있는 전두환 동상 목 부위가 파손되어 있다.

지난 5월부터 철거와 존치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던 대통령 옛 별장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이 결국 존치된다. 충북도가 사법적 과오를 적시한 안내판을 세우는 조건으로 존치를 공식화했다. 이들의 이름을 딴 대통령길 명칭은 폐지하기로 했다.

이시종 지사는 3일 비대면 브리핑을 통해 “동상 철거와 존치의 중간점인 사법적 과오를 적시해 존치할 것”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청남대 동상은 관광 활성화 목적에서 건립된 조형물로 청남대 관광에 생계를 의존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동상 존치 요구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철거 법적근거 미비와 동상 철거·존치로 갈려 있는 도민 여론 등 여러 변수를 종합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픈 역사를 지우기보다는 아픈 역사를 아프게 기록하는 것도 한편의 역사”이라며 “ 사법적 과오 적시, 동상 위치, 이명박 전 대통령 동상 문제 등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자문위원회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최근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상 역시 동일하게 처리할지 여부를 자문위에서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동상 철거를 요구해온 5·18 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도지사의 존치 결정에 통탄한다”며 “위법이 아니고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억지 논설을 펴는 것이 더욱 부끄럽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왜 정의로운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회피하는 지 납득할 수 없다”며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정의도 바로 세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충북도는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하고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라”며 “학살반란자의 동상이 있는 청남대 안가기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청호에서 바라본 청남대 전경. 충북도 제공

청남대는 옛 대통령 별장으로 제5공화국 시절인 1983년 건설돼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일반에 개방됐고, 관리권도 충북도로 넘어왔다. 도는 2015년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웠다.

청남대를 방문한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산책길도 조성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청남대를 방문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고 2017년 3월 파면 결정이 나면서 관련 산책길이 조성되지 않았다.

도는 청남대에 역대 대통령 동상, 유품, 사진, 역사 기록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