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열병합발전소

입력 2020-12-03 11:18 수정 2020-12-03 14:12

2700억 원을 들여 세운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의 SRF(고형연료) 열병합 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해법을 찾기 위해 2년 가까이 활동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 위원회'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해산했기 때문이다.

2일 광주시에 따르면 통상산업자원부, 전남도, 나주시,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4개 기관과 나주 범시민대책위가 5자 전원합의체로 지난해 1월 출범한 거버넌스 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마지막 회의를 가진 뒤 활동을 마쳤다.

시민대표 격인 범시민대책위는 애초 거버넌스 위원회에 참가했으나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재량권을 보장한 부속합의서에 이의를 제기한 뒤 지난 10월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탈퇴한 바 있다.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위원회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활동중단을 선언하자 한국난방공사는 공동혁신도시의 열병합발전소 가동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승인 권한을 가진 나주시는 시정명령을 즉각 내리는 등 다시 발전소 가동 저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지난 1일 “한국난방공사가 지난 2014년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준수하지 않으면 행정 고발 등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냈다.

애초 사업계획서에는 SRF 반입처가 나주와 목포, 순천, 화순, 구례, 신안 등 전남 도내 6개 지자체로 제한됐을 뿐 광주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전설비 연료 역시 처음에는 팰릿 형태의 성형 고형연료(RDF)를 사용하기로 했지만 비성형 고형연료(SRF)로 변경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나주시는 난방공사 측이 발전소 가동을 위한 사업 개시 신고를 하더라도 결코 승인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반면 난방공사는 RDF와 SRF는 큰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전남 도내에서 생산된 SRF만으로는 발전소 가동이 어려운 만큼 광주지역 물량을 반드시 추가로 들여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열병합 발전소는 나주시가 ‘광주 쓰레기는 광주에서 처리하라’는 원칙을 굽히지 않으면서 또다시 원점을 맴돌게 됐다.

나주 시민들의 반대여론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수의 시민단체가 지난달 광주시청 앞으로 몰려와 광주 생산 SRF 반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김영덕 나주시의회 의장이 광주시청을 방문해 전남 도내 22개 시·군 의회 의장들이 서명한 항의서를 전달했다.

이를 두고 광주시는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고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열병합 발전소는 쓰레기와 폐비닐 등을 압축한 고형연료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집단 난방을 위한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2014년 착공해 2017년 말 완공됐지만, 나주시와 지역주민의 줄기찬 반대로 3년째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다. 난방공사는 거버넌스 해산 이후 가동 준비와 함께 나주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해 발전소 가동문제는 지루한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광주시는 운영 주체인 한국난방공사와 허가권자인 나주시가 결정할 사안으로 SRF 반입 계약 위반에 따른 피해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난방공사 측은 전남 도내 SRF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광주 남구 양과동에서 생산하는 SRF를 가져다 쓰기로 민간업체인 청정빛고을㈜와 구매협약을 맺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민간기업과 난방공사가 맺은 계약에 제3자인 시가 개입할 수 없다”며 “자체 열병합발전소를 만들려고 했다가 그만뒀는데 일방적으로 광주에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