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식히려 걸었다”…부부싸움 후 9일간 420㎞ 걸어

입력 2020-12-03 05:04 수정 2020-12-03 05:04

부부싸움 후 홧김에 집을 나서 421㎞를 걸은 남성이 있어 화제다.

북부 롬바르디아주 코모 지역에 거주하는 A씨(48)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부부싸움을 하고서 무작정 집을 나섰다. 홧김에 시작된 이 도보 여정은 9일간 밤낮으로 계속됐다.

구글맵으로 보면 코모에서 파노까지의 거리는 421㎞, 서울에서 제주도까지의 거리(454㎞)에 조금 못 미친다. 도보로는 87∼88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음식은 길을 가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부탁해 얻었다고 한다. 수중에 가진 돈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의 부인은 집을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나머지 실종 신고를 했다.

A씨는 1일 새벽 2시쯤 아드리아해에 면한 이탈리아 마르케주(州) 파노 지역 인근 도로를 걷던 중 순찰하던 경찰에 제지당했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내려진 야간 통행금지령(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을 어겼기 때문이다.

당시 A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다소 가벼운 옷차림으로 추위에 떠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A씨를 일단 호텔로 안내한 뒤 부인에게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야간 통행금지령 위반으로 400유로(약 53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지만 경찰은 위반 경위를 참작해 일단 부과 통지를 보류한 상태라고 한다.

흔치 않은 A씨의 스토리는 현지 SNS를 뜨겁게 달궜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를 빗대어 ‘이탈리아의 포레스트 검프’라고 칭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분노의 감정을 이런 방식으로 푸는 것은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할 일이라며 야간 통행금지 위반 과태료 부과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