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 경기운영본부장, ‘네트논란’에 결국 사임

입력 2020-12-02 18:40

최근 김연경의 ‘네트 논란’과 관련해 강주희 심판과 만나 부적절한 발언을 한 의혹을 받은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본부장이 ‘조직관리의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러나 KOVO가 논란의 본질인 강 심판의 판정에 대한 징계에 대해선 여전히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강 심판도 여전히 KOVO에 요구한 답변서를 받지 못한 상태라 진통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KOVO은 2일 “김영일 경기운영본부장이 경기운영본부의 조직관리 문제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KOVO는 경기운영본부의 업무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분간 현 문용관 경기운영실장의 대행체제로 본부를 운영하고, 조속히 후임 본부장을 선임한단 방침이다.

앞서 강 심판은 지난달 25일 김 본부장이 자신을 따로 불러내 협박성 발언을 했다며 대화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엔 “(언론플레이를 하면) 주희가 연맹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압박성 발언이 들어 있어 논란이 됐다(국민일보 2020년 12월 1일자 ‘강주희 “배구연맹이 협박성 발언” 녹취 파일 공개’ 보도). KOVO 심판은 민법 제680조에 따라 위임계약(도급계약)을 체결한 프리랜서 신분이다. 매년 7월부터 4월까지만 계약 기간이 유지돼 계약 여부에 따라 생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강 심판은 지난달 11일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김연경이 네트를 잡아당긴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에 대해 KOVO로부터 제재금(30만원) 부과 처분을 받았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에 따라 ‘레드카드’나 ‘세트퇴장’을 줬어야 했지만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FIVB 심판·규칙위원장도 해당 판정에 대해 “주심은 공식 문서에 적힌 지시사항을 정확히(correctly) 적용했다”고 답변했을 정도로 해당 판정은 심판의 ‘재량’에 맡겨진 부분이라(국민일보 2020년 11월 26일자 ‘FIVB “강주희 판정 옳았다”는데… 귀 막은 KOVO’ 보도) KOVO 결정에 물음표가 찍혔다. 녹취엔 김 본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강 심판에 이에 대해 “GS(칼텍스)에서 강력히 항의하고 공문으로도 보내고, 그런 상황이 있었다”고 구단 외압을 인정하는 듯한 설명을 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강 심판에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을 부인했지만, 강 심판이 녹취를 공개한 것에 대해 ‘관리 책임을 잘 하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 KOVO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지난 1일 KOVO 사무총장을 찾아 “본부장으로서 전문위원·심판 관리에 책임이 있는데 잘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직접 사의를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책임자 한 명의 사의로 무마되는 것 아니냔 우려도 있다. KOVO는 아직까지 강 심판이 ‘어떤 판정을 내렸어야 했는지’ 묻는 공식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 ‘김연경 행위는 과했다’는 관점에서 추후 같은 행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재할 선례를 남기기 위해 징계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본부장 뿐 아니라 고위급 인사들이 수차례 징계의 기준으로 삼았던 ‘FIVB 규정’의 일부만 받아들이고, ‘로컬룰’이나 ‘융통성’ 측면에서 이 사건에 다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KOVO 관계자는 “지난달 12일 제재했던 판단의 근거를 내용으로 담아 답변서를 준비 중”이라며 “금주 중에는 발송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