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뮤지컬 ‘킬러파티’… 기발하긴 한데, 돈이 문제

입력 2020-12-02 18:33
EMK가 제작한 최초의 숏폼 웹 뮤지컬 ‘킬러파티’의 한 장면.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자가격리 콘셉트를 활용했는데, 배우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촬영한 영상을 편집했다. 화면캡처

‘와, 참신하다.’ 상상도 못 했던 형태의 뮤지컬이었다. 배우 각각 마치 셀프카메라를 찍는 것 같더니, 음악이 흘러나오면 절묘하게 어우러진 하모니가 귀에 콕 박힌다. 무대에서 보던 화려한 군무는 없지만, 그 자리를 요상하고 코믹한 몸짓들이 채운다. 특히 7화 속 넘버(노래) ‘손 내밀어’가 나올 때는 가관이다. 손을 활용한 난해한 안무가 화면에 들어차는데 이때 포인트는 웃음기 없는 엄숙한 표정이다.

EMK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킬러파티’는 양수리 한 저택에서 벌어진 정관장(양준모) 살인사건을 담은 최초의 웹 뮤지컬이다. 에피소드는 총 9개로, 짧게는 8분, 길게는 17분으로 구성됐다. 무대 공연을 중계하는 방식이 아닌, 웹 드라마에 음악적 요소를 삽입한 숏폼 콘텐츠다.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자가격리 콘셉트를 활용했는데, 배우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촬영한 영상을 편집했다. EMK는 “드라마와 뮤지컬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어 포스트 코로나 공연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킬러파티는 스토리부터 연출까지 전체적으로 촘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MZ세대의 B급 코드를 ‘고상하다’는 인식이 짙었던 뮤지컬에 접목했는데, 그게 통했다. 여기에선 스타 배우들이 보기 좋게 망가진다. 우스꽝스러운 빨간 가발을 뒤집어쓰고 진지하게 열창하는 김소향이나, “난 견디고 일어났었지, 마치 오뚝이처럼”이라는 가사를 능청맞게 부르는 ‘오뚜기가 자녀’ 함연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실소가 터진다. ‘레미제라블’ 등에서 굵직한 연기를 선보였던 양준모의 천연덕스러운 표정이나, 뮤지컬계 대모 신영숙이 소주 두 병을 곁에 두고 고뇌하는 코믹 연기도 일품이다. EMK는 “배우들이 황당한 B급 감성에 몰입해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넘버 ‘멋진 고양이’가 나올 때는 고양이 몸통에 배우 에녹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이 등장한다. 화면캡처

허를 찌르는 연출 방식도 센스있다. EMK에서 제작하는 ‘레베카’ ‘웃는남자’ ‘몬테크리스토’ 등을 PPL(간접광고) 형식으로 녹여 웃음을 자아냈고, 넘버 ‘멋진 고양이’가 나올 때는 고양이 몸통에 배우 에녹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이 등장한다.

따로 촬영했기 때문에 연출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동떨어진 분위기는 크지 않았다. 슬라이드 전환, 화면 분할 등 영상 기법을 활용해 마치 한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살인사건이 일어난 양수리 저택에 배우 9명이 모두 모이는 설정은 웹 콘텐츠라는 강점을 살려 식탁에 배우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면서 한계를 극복했다.

EMK가 제작한 최초의 숏폼 웹 뮤지컬 ‘킬러파티’의 한 장면.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자가격리 콘셉트를 활용했는데, 배우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촬영한 영상을 편집했다. 화면캡처

웹 뮤지컬 역시 핵심은 음악이다. EMK는 웹 뮤지컬을 만들면서 적어도 음악이 가벼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넘버는 총 19개다. 멜로디는 뮤지컬 ‘웃는남자’ ‘마타하리’ 등을 작업한 유명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가 만들었고, 황석희 번역가가 한국 정서에 맞게 가사를 붙였다.

하지만 유료라는 점이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편당 2000원이 넘는 수준인데, 숏폼 콘텐츠치고는 비싼 편이다. 유튜브와 카카오TV의 숏폼 영상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객이 값을 지불하고 웹 뮤지컬을 볼 만큼 경쟁력이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관객이 뮤지컬에 거금을 투자하는 이유는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무대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상호관계성 때문인데, 웹 콘텐츠는 이런 요소가 배제돼 과금 체계나 유통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