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수능 후, 엄마 문자 받고 울컥했네요” [사연뉴스]

입력 2020-12-03 06:05 수정 2020-12-03 06:05
(왼쪽) 사연과 관계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3일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 밝아왔습니다. 올해 수험생들은 계속된 코로나19 확산으로 더 가혹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도 힘들었지만 당일 조건은 더 혹독합니다. 사상 최초로 고사장 안에서는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하는 데다 책상에는 가림막까지 놓였습니다. 수험생에게도, 바라보는 가족에게도 모두 힘겨운 시기입니다.

정답과 오답이 나뉘어 승패가 갈리는 시간. 자신의 학업능력을 단판 승부 낸 수험생들은 만족스럽거나, 아쉽거나, 후회되거나 나름의 복합적인 감정을 안고 고사장을 벗어나겠죠. 시험을 끝낸 이들 중에는 집으로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학생들도 있을 겁니다. 특히 이번 수능이 첫 번째가 아닌 N수생들은 더욱 그렇겠죠. 시계가 수능 종료 시간을 넘겼는데도 시험을 끝낸 자녀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더 애가 탈 것 같은데요.

매년 수능 무렵이면 크리스마스 캐럴만큼이나 인터넷에 꾸준히 ‘끌올(끌어서 올림)’되는 글이 있습니다. 매번 ‘수능을 망친 딸에게 엄마가 보낸 문자’라는 제목으로 올라오는 이 글은 2012년 수능 직후 게시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수능 시즌마다 수험생 위로의 클래식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부모의 마음, 수능을 끝낸 삼수생 딸을 둔 엄마의 편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작성자는 “사랑하는 딸아 너의 세 번째 수능이 끝났구나”라는 말로 편지를 시작합니다. 이어 그는 “수능 날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들어온 딸의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걸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구나”라며 “아직 세상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한 채 대학의 문턱 앞에서 성공보단 실패와 좌절감을 먼저 알아버린 우리 딸아. 너무 안쓰럽고 가엾구나”라고 말합니다.

세 번째 수능을 끝낸 딸이 저녁도 먹지 않은 채 밤새도록 흐느껴 울 때, 엄마도 방 너머로 같이 울었습니다. 그는 “몇 번이고 방문을 열고 보듬어주고 싶었지만 참고 또 참았다”며 딸에게 진심을 고백합니다.


이어 작성자는 “엄마, 아빠는 네가 명문대에 가지 않아도 좋다. 아니 대학을 가지 않아도 좋다. 네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엄마, 아빠는 앞으로도 너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해줄 생각”이라며 “재수, 삼수한 지난 2년간의 시간이 언젠가는 너에게 멋진 경험이 되었으리라 믿는다”며 딸을 적극적으로 응원합니다.

수능을 망친 딸에게 엄마가 해주고 싶은 말은 분명합니다. 그는 “너는 인생의 낙오자가 아니다. 그저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며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할 뿐이야”라며 딸을 위로합니다.

이어 그는 “딸 대학 가면 등록금 하려고 엄마랑 아빠가 모아둔 돈이 있는데 딸이 원한다면 이 돈으로 여행을 보내주고 싶구나. 세상은 넓고 볼 것도 먹을 것도 느낄 것도 많단다. 너의 식견을 넓혀주고 싶구나”라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작성자는 “오늘은 몇 시쯤 집에 올 거니? 웃으며 문 앞에서 딸을 맞이하고 싶구나.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라며 편지를 마칩니다.

어머니는 딸의 시험 결과에 상관없이 그 과정과 수고를 이해해주고 위로해줍니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았을지라도요.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딸의 노력한 모습을 봤기 때문일 겁니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가 오늘 쌓아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괜찮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는 어느 때보다 수고한 자신을 위해 ‘셀프 토닥토닥’을 해 주면 어떨까요. 수험생들의 가족들도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면 좋겠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인생은 정상이 있는 높은 산이 아니라 여러 개의 언덕을 오르고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수능 이후 새로운 삶의 구간을 행복하게 걸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아래는 편지 전문

사랑하는 딸아 너의 세 번째 수능이 끝났구나. 수능 날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들어온 딸의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걸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구나.

아직 세상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한 채 대학의 문턱 앞에서 성공보단 실패와 좌절감을 먼저 알아버린 우리 딸아. 너무 안쓰럽고 가엾구나. 저녁도 먹지 않은 채 밤새도록 흐느껴 울 때 엄마도 방 너머로 같이 울었다. 몇 번이고 방문을 열고 보듬어주고 싶었지만 참고 또 참았단다.

딸아 엄마는 그리고 아빠는 네가 명문대에 가지 않아도 좋다. 아니 대학을 가지 않아도 좋다. 네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엄마아빠는 앞으로도 너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해줄 생각이야. 재수하고 삼수한 지난 2년간의 시간이 언젠가는 너에게 멋진 경험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딸아. 너는 인생의 낙오자가 아니다. 그저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며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할 뿐이야. 딸 대학 가면 등록금 하려고 엄마랑 아빠가 모아둔 돈이 있는데 딸이 원한다면 이 돈으로 여행을 보내주고 싶구나. 세상은 넓고 볼 것도 먹을 것도 느낄 것도 많단다. 너의 식견을 넓혀주고 싶구나. 언제든지 말하렴.

오늘은 몇 시쯤 집에 올 거니? 웃으며 문 앞에서 딸을 맞이하고 싶구나.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송다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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