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가 지난 6월부터 준비해 온 조직개편안이 지난 30일 고양시의회에서 부결돼 인사에 차질을 겪게 됐다.
고양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와 환경경제위원회가 신설되는 부서의 소관 상임위를 두고 갈등하면서 결국 조직개편안이 부결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2일 고양시와 고양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열린 제249회 고양시의회 제2차 정례회 기획행정위원회 심사에서 시가 제출한 ‘고양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부결됐다. 시는 ‘청년담당관’ ‘태권도선수권대회추진단’ ‘신청사건립단’ 등 13개 부서 신설과 238명을 늘리는 조직개편안을 제출했지만, 심사에서 부결돼 오는 4일 예정된 본회의 안건에 상정되지 못하게 됐다.
이번 고양시 조직개편안 부결의 큰 이유 중 하나는 시가 신설을 추진하는 ‘청년담당관’의 소관 상임위를 놓고 고양시의회 기획행정위와 환경경제위가 갈등하며 대립했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청년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청년 자립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제1부시장 직속 전담 조직인 청년담당관 신설을 계획했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9월부터 환경경제위와 간담회, 기획행정위 대상 2차례의 사전설명회를 했고, 각 상임위 위원장과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찾아 설득하는 등 지속적인 소통을 해 왔다. 특히 소관 상임위 지정에 대해서는 의장과 부의장, 기획행정위원장, 환경경제위원장이 만나 합의도 마쳤다.
그러나 안건 심사 과정에서 기획행정위는 청년담당관의 상임위를 기획행정위 소관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고, 환경경제위는 환경경제위 소관으로 해야 한다며 서로 반대를 거듭하다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하고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기획행정위는 시의회 고유 권한인 상임위 지정을 시가 지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부결 이유를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조직개편안 자체의 문제가 아닌 소관 상임위를 두고 안건이 부결됐다는 점에서 고양시 공직자들은 시의회를 성토하고 있다. 고양시 공무원 내부망 익명게시판에는 “의회에서 너무 말도 안 되는 반대를 하고 있다” “집행부 안건에 대해 반대할 때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달라” 등 불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외에도 기획행정위는 ‘태권도선수권대회추진단’ 신설을 TF로 조성, ‘신청사건립단’ 신설은 신청사 입지선정에 관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조직개편안에는 현재 덕양구보건소 내 감염병관리팀을 ‘질병관리과’로 격상하고 3개 보건소에 생활방역팀 신설 등도 포함돼 코로나19로부터 고양시민들의 안전을 담당할 조직 신설이 지체 위기에 처해졌다.
행정기구 설치는 지자체장의 고유 권한으로 관련 법령과 판례를 살펴보면, 이 같은 시의회의 부결 행위는 위법에 해당한다. 시의회가 조직편성권에 사전·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는 지자체장의 조직 편성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김미수 고양시의회 의원은 “시가 신설되는 조직의 기능을 정확히 설명하고 업무에 따라 소관 상임위에 대한 기본적인 안을 제시해야 의회가 결정하지만 안을 제시조차 안 하는 어정쩡한 태도로 답변했다. 집행부가 정체성이 모호한 신설 조직을 편성, 소관 상임위에 대한 가안도 제시하지 않고 상임위 간 다툼을 조장하고 있다”며 “추진단과 건립단 형태의 한시적 기구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전면적인 조직개편에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이길용 고양시의회 의장은 “기존 청년일자리 관련 소관은 환경경제위에 있었지만 신설되는 청년담당관은 직속 기관인 만큼 소관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 기획행정위의 입장이었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이 협의를 거쳤지만, 일부 강하신 의원들이 문제로 삼게 됐다”면서 “의원 간 조율을 통해 올해 안에 안건을 올릴 수 있도록 협의 중이다. 조직개편안이 13개 부서 신설과 200여명이 넘는 직원 충원이 달린 중요한 사안인 만큼 잘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민선7기 출범 후 시장 보좌진 임명이나 직원 인사, 조직개편 등 시장의 고유 권한을 두고 시의회가 지속적으로 간섭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이 규정한 권한 범위를 명백히 넘어선 것”이라며 “대의민주주의의 시민의 대표로서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한 의정 운영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고양시는 이번 조직개편안을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제250회 임시회에 재상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개편안이 또다시 부결될 경우 당초 1월로 예정됐던 신규공무원 발령과 인사, 조직 신설 등은 보류돼 행정 공백과 정책 추진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