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 사장단 인사는 ‘안정 속 세대 교체’

입력 2020-12-02 16:24 수정 2020-12-02 16:40
삼성전자가 2021년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후 단행된 삼성의 첫 정기 인사는 ‘안정’에 방점이 맞춰졌다. 대표이사 3인 체제는 유지됐지만 생활가전 출신의 첫 사장이 탄생하고, 반도체 부문에서 2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오는 등 세대교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젊고 유능한 경영진을 앞세워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인사를 통해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일 ‘2021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면서 소비자가전(CE)부문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내정하고,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이정배, 최시영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주력 사업에서 세대교체를 통해 혁신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다.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장(사장) 등 대표이사 3인은 유임됐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반도체·가전·모바일 모두 양호한 실적을 거뒀고 대내외적 경영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창사 이래 최초의 생활가전 출신 사장 승진자인 이재승 사장은 비스포크 시리즈와 무풍에어컨 등 프리미엄 가전의 흥행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CE부문을 이끄는 김현석 사장은 가전의 다른 한 축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VD) 출신이다.

핵심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이끈 50대 부사장들도 사장 승진과 함께 사업부장에 임명됐다. 메모리사업부장에는 현 DRAM개발실장인 이정배 부사장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장에는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인 최시영 부사장이 승진했다. 기존 메모리사업부장이었던 진교영 사장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으로,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신설된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자리를 옮겼다.


2일 인사로 개편된 삼성전자 사장단. 연합뉴스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삼성의 인사가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삼성은 예정대로 인사를 진행하며 선제적 대비에 나섰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관심이 쏠렸던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미뤄졌다.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이 동시 진행 중인 만큼 본인 승진 인사를 내기 부담스럽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미 6년간 안정적 경영 체계를 구축해온 만큼 급한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계열사 인사 중에선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김 사장은 스포츠마케팅 연구 담당에서 글로벌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의 글로벌 인재 영입에 중심 역할을 맡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주선 사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하며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전환을 가속한다. 최 신임대표는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에서 대표이사 겸 사장으로 승진했고, 김성철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SDS 신임 대표이사로는 나노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이 내정됐다.

재계는 삼성 인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볼 때 조만간 발표될 임원인사에서도 대대적인 쇄신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른다는 원칙에 따라 젊은 조직으로 거듭나 글로벌 초격차 전략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