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문기일이 열렸던 지난달 30일 서울행정법원 지하 203호 법정에서는 법무부의 윤 총장 수사의뢰 시점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는 법무부 측이 주장한 ‘소(訴)의 이익’ 논리를 따지는 대목에서 시작됐다. 법무부 측이 “어차피 이틀 뒤(2일)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에 윤 총장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집행정지할 필요성이 없다”는 주장을 펴자 재판부는 “직무집행정지라는 특별한 상황이 며칠 뿐이라면 굳이 뭐하러 했느냐”고 물었다.
이때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윤 총장이) ‘수사의뢰가 된 피의자 신분’이기 때문에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답변에 윤 총장 대리인들은 “무슨 소리냐, 수사의뢰는 이 사건 처분 이후 이뤄진 것 아니냐”고 곧바로 지적했다. 추 장관의 대국민 보고 형식 직무집행정지 명령은 지난달 24일 오후 6시였고, 추 장관은 그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 대검에 윤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의뢰서를 보냈다고 밝혔었다.
직무집행정지의 근거가 어떻게 미래의 수사의뢰 사실이냐는 논란은 법정 공방 다음날인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도 나왔다. 특별변호인 자격으로 출석한 윤 총장 측이 전날 법정에서 지적했던 장면을 감찰위에서 다시 꺼냈기 때문이다. 이때 박 담당관은 “징계 청구가 기각돼도 수사의뢰 상태는 유지된다. 따라서 직무집행정지 상태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만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 측은 “법무부가 ‘수사의뢰된 피의자라서 직무집행정지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직무집행정지 이틀 뒤 수사의뢰가 이뤄진 것은 모순되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추 장관이 지난달 26일 대검에 수사의뢰를 했을 때부터 법조계에서는 “이미 수사를 하는데 뭘 의뢰하느냐”는 반응이 제기됐었다. 이미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지난달 24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재판부 문건’ 생산처인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실) 강제수사에 착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지난달 26일의 수사의뢰가 절차상 흠결을 사후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법무부 측으로부터 수사참고자료를 건네받아 지난달 25일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는데 당시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에 대한 보고가 누락됐다. 반면 압수수색 당시 법무부 측에는 수사 관계자가 전화로 구체적 설명까지 하면서 청부수사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국민일보 11월 30일자 3면 보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돼 윤 총장의 ‘재판부 사찰’ 의혹 관련 법리검토를 했던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의 폭로는 의문점을 더욱 키웠다. 이 검사는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수사로 이어진 이른바 ‘재판부 문건’ 작성이 윤 총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성립하는지 여부를 검토했는데 불성립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대목은 수사의뢰 이후인 지난달 27일 박 담당관의 지시로 기록에서 빠졌다.
검찰 내부망에는 수사 이후 이뤄진 수사의뢰를 놓고 “불법(不法) 시비를 피해가기 위한 술수”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검사가 폭로한 기록 삭제를 두고는 “깡패를 수사하면서도 속칭 ‘수사보고갈이’를 해 본 적 없다”는 작심 비판이 올랐다. 대검 감찰본부의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는 수사절차에 관한 이의, 인권침해 주장을 담은 진정서가 제출됐다. 이 진정서는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배당됐다.
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