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vs 중 갈등, 신냉전까진 안 간다…韓 국익 관점서 대응해야”

입력 2020-12-02 13:55
지난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위원회의 주일대사관, 주중대사관에 대한 화상 국정감사에서 장하성 주중대사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 공관장들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체제에서도 이어질 미·중 갈등이 과거 미·소 냉전시대를 잇는 이른바 ‘신냉전’으로까지 격화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을 비롯한 전 세계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기후변화와 같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변수도 등장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한·미동맹이라는 기조하에 정부가 국익에 맞게 사안에 따라 선택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하성 주중한국대사는 2일 ‘미 대선 이후 국제환경 전망’을 주제로 한 재외공관장 회의 주제토론에서 “과거 미·소 냉전시대에는 서방과 동구권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깊지 않았고 세계 경제의 주도권도 미국, 유럽이 완전 장악한 형태였지만, 지금의 미·중 갈등은 세계화로 인해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완전히 커플링(연결) 돼 있는 상황에서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가 간 대립과 관계없이 전 세계가 공통으로 대응해야 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환경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고 그는 진단했다.

장 대사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세계경제성장률을 주도할 만큼 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졌다는 점 또한 미국이 무조건적으로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중국에 진출해있는 미국 기업의 70% 정도가 최근 중국이 발표한 14차 5개년 경제계획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지난 10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수혁 주미대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수혁 주미한국대사도 “미·중이 서로 상대국에 투자한 금액이나 인적교류 규모 등을 봤을 때 예전의 미·소 냉전처럼 미·중 갈등이 발전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이나 기후변화 등에선 (중국과)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 대사는 “한국의 경우 안보, 경제, 코로나19 등 전 지구적 공통과제에 한반도 평화라는 또 하나의 과제가 더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미국과 안보동맹을 공고히 하는 한편 국익의 관점에서 (사안에 따라) 선택적으로 대응하는 외교력을 펼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자주의를 주장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의 대응도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는 “일본 정부는 내년 미 대통령 취임식 이후 조속히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방미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고, ‘트럼프-아베’를 대신하는 ‘바이든-스가’ 관계를 새롭게 구축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납북문제에 대한 미 정부의 지지와 협조를 구하고 한·미·일 협력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응하겠다는 게 일본의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위원회의 주일대사관, 주중대사관에 대한 화상 국정감사에서 남관표 주일대사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남 대사는 “현재 역사 문제로 인해 한·일 양국 간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내년 도쿄올림픽이 (대북 문제 해결에 있어) 주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본 내 동향을 주시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그만큼) 한·일 관계의 중요성 또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