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봉투 1인당 5장”…인상 앞두고 품귀

입력 2020-12-02 13:44 수정 2020-12-02 15:48
2일 오전 충북 청주의 한 대형마트 쓰레기 종량제 봉투 진열장이 텅 비어있다. 홍성헌 기자

“죄송합니다. 1인당 낱개로 5장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충북 청주에 사는 30대 주부 A씨는 2일 오전 평소 자주 가던 동네 마트에서 20ℓ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려다 헛걸음을 해야 했다. 인근의 다른 매장 3곳을 돌아다녔지만 종량제 봉투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차를 타고 이동한 다른 매장에선 10ℓ 짜리만 팔았다. 그마저도 1인당 5장만 살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청주 대부분의 매장에서 종량제 봉투가 사라지고 있다. 집에 쓰레기가 넘치고 있는데 걱정이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나마 재고가 남아 있는 곳에서도 1인당 낱장 구매 수량을 최대 5장으로 제한하면서 종량제 봉투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마트 한 직원은 “어제(1일) 오전부터 손님들이 쓰레기 봉투를 한꺼번에 많이 구입해 재고가 떨어졌다”며 “금요일(4일)쯤에나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청주에서 종량제 봉투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청주시가 내년 1월부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63%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재기 현상이 심화된 탓이다.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가정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10ℓ나 20ℓ 들이 종량제봉투가 자취를 감췄다.

청주시는 시민들의 민원이 쇄도하자 부랴부랴 판매소에 전날 오후부터 문자 등을 통해 종량제 봉투 구매 허용 한도를 1인당 낱장 5장으로 제한하도록 했다. 사재기 현상으로 인한종량제 봉투 품귀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사재기 현상을 우려해 종량제봉투 인상 발표도 최대한으로 미루는 등 노력했지만 시장에 먹혀들지 않은 것 같다”며 “당분간 청주 전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종량제 봉투는 1인당 5장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내년 1월부터 쓰레기 종량제봉투 가격을 인상한다. 지난 2003년 이후 17년 만의 인상 조치다. 가격 인상폭은 63%다. 2ℓ 50원→80원, 5ℓ 100원→160원, 10ℓ 190원→310원, 20ℓ 370원→600원 , 30ℓ 540원→880원, 50ℓ 890원→1450원, 75ℓ 1330원→2170원으로 각각 오른다.

가연성 쓰레기 종량제봉투 색깔은 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변경된다. 불연성 마대는 보라색으로, 가연성 마대는 노란색으로 구분한다. 가격 인상 전에 제작·판매된 종량제봉투는 소진 때까지 사용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쓰레기 처리비용의 26%만 종량제봉투 판매수입(주민부담률)으로 감당해왔다”며 “종량제봉투 비용을 65% 이상 올려야 주민부담률이 환경부 권고(38%)에 조금 못 미치는 36%까지 오른다”고 가격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