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냉장고 아기 시신, 이틀 전엔 분명 없었다”

입력 2020-12-02 10:24 수정 2020-12-02 10:39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여수의 한 가정집 냉장고에서 생후 2개월 된 남아의 시신이 발견된 사건에서 친모가 주민센터 방문청소 직전 시신을 옮겼다가 다시 냉장고에 보관한 것 같다는 추측이 나왔다.

장병연 여수시 여성가족과 과장은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동학대 의혹을 받는 친모 A씨 자택에 방문했던 당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과자봉지, 빈 음료수병, 쓰레기봉투가 집안을 꽉 채워서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며 “7살, 2살 아이들을 분리한 뒤 지난달 25일 집 안에 있는 쓰레기를 치웠는데 5t 정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냉장고 안 물건들을 싹 다 버렸다. 그때는 아기 시신이 없었다. 쓰레기 수거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며 “(방문 청소 전 A씨에게) 미리 ‘귀중품만 가지고 계시라’고 말씀을 드렸었다”고 밝혔다. 집 내부를 청소할 것이라는 예고에 A씨가 미리 아기 시신을 안 보이는 곳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현재 쉼터로 옮겨진 두 아이의 소식도 전했다. 장 과장은 “아이들이 상담하는 과정에서 ‘내 동생이 있어요’라고 이야기는 했다더라”면서도 “동생이 죽었다, 냉장고에 있다는 사실 자체는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작은애(숨진 남아의 쌍둥이)는 지인의 아기라 자기가 돌보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주민센터에서 확인해본 결과 주민등록상 A씨와 큰아이만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집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게 맞구나 판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조된 두 아이의 심리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쉼터에서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고 심리지원 상담을 하고 있다”며 “영양상태도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우려되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여수경찰서는 지난달 27일 A씨의 아파트 냉장고에서 갓난아기 시신을 발견해 조사를 시작했다. A씨는 2018년 8월 쌍둥이를 집에서 출산한 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2년 전 남녀 쌍둥이를 출산했으며 두 달 뒤 어느 날 일을 하고 집에 와 보니 남자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숨진 아기에 대한 1차 부검 결과 외부에서 물리적인 힘이 가해진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있는 최종 부검 결과는 2개월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시신 유기 등 혐의로 A씨를 구속하고 이르면 이번주 중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