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위해선 범죄에 대한 믿을만한 근거 있어야”
투표기 이용한 시스템적 부정선거 주장도 부인
‘충복’ 바 법무, 대선 전엔 우편투표 우려 동조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 결과를 뒤바꿀만한 광범위한 선거 사기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충직한 협력자들 중 한 명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또 바 법무장관은 올해 미국 대선이 실시되기 이전에 우편투표가 부정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복적으로 제기했었다.
그랬던 바 법무장관이 부정선거 주장을 공개적으로 부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바 장관은 이날 AP통신에 “미국 검찰과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구체적인 고소 사건과 정보들을 추적해왔다”면서도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는 대선에서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규모의 사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 장관은 또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형사사법체계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 뒤 “그러나 무엇보다도 수사해야할 범죄가 있다고 믿을만한 근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나서서 부정선거에 대한 수사를 펼치기엔 증거가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바 장관은 이어 도미니언의 투표기가 부정선거에 활용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부인했다. 바 장관은 “시스템적인 사기일 것이라는 하나의 주장이 있었고, 그것은 근본적으로 선거 결과를 왜곡하기 위해 기계들이 프로그램화됐다는 주장”이라며 “국토안보부와 법무부는 그것을 조사했고, 지금까지 입증할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바 장관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예스맨’으로 불려왔다.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로저 스톤을 감형 방식으로 사실상 사면하고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기소를 취하하면서 바 장관은 미국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바 장관은 지난달 9일 부정선거에 대한 조사 지시를 내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바 장관은 당시 “전국의 연방 형사 검사들에게 “투표 부정에 대한 실질적인 혐의가 있다면 관할구역 내의 특정 지역에서 대선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이를 추적하는 것을 재개한다”는 메모 형식의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믿었던 바 장관마저 등을 돌리면서 벼랑으로 더욱 몰리는 형국이다. 트럼프 캠프는 법적 소송을 계속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증거 부족으로 기각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바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근거 없는 선거 부정 주장에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캠프는 성명을 내고 바 장관의 발언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법률팀을 이끄는 루디 줄리아니는 “법무장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는 실질적인 부정과 시스템적인 사기의 증거에 대한 어떤 지식이나 조사도 없이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줄리아니는 그러면서 “우리는 최소 6개주에서 부정 선거의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선거부정과 관련된 범죄를 목격하고 이에 대해 선서를 하고 증언한 많은 증인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 장관은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 직후인 이날 오후 백악관에 도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일정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케리 쿠펙 법무부 대변인은 “바 장관은 당초 예정됐던 미팅을 위해 백악관에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