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와 서울 노원구 등에서 학교 방과후수업으로 음악을 가르치던 차모(31·여)씨는 올해 본업인 방과후수업 급여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교내 대면수업이 최소화되면서 방과후수업 과정이 없어진 탓이다. 월 200만원 정도의 고정수입이 사라지면서 차씨는 동네 음악학원 파트타임을 하거나 간간히 들어오는 개인레슨으로 연명해 왔다.
이마저도 지난 9월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모두 취소된 상태다. 성인 수강생들은 “직장에서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라고 한다”거나 “일을 그만둬 레슨을 더 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고 한다.
차씨는 1일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가 한 달이나 더 남았다는 게 끔찍할 정도”라면서 “지난 9월엔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이 나와 눈물 나올 정도로 감사했지만, 이젠 또 받는 것도 눈치 보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차씨는 현재 비수도권의 고향으로 내려가 지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반복되면서 예술강사 등 프리랜서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대부분 공연이나 대면교육, 프로젝트 등으로 고용형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감염병 상황에서 많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학원 등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도 연말 월급을 온전히 받기 어려워졌다. 서울 동대문구 음악학원 강사로 일하는 이모(29·여)씨는 지난달 22일 원장에게 “다음달 7일까지 화상수업을 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집에서 화상수업을 하고 있지만 80명의 원생 중 집에 피아노가 있는 30여명 정도만 강의에 참여할 수 있다. 이씨는 “지난 29일 거리두기가 또 격상되면서 휴원이 1주일 연장됐다”면서 “연말 월급은 평소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군포의 체대입시 학원에서 올 겨울 체육대학 실기 시험을 지도하기로 했던 오모(27)씨도 지난주 해고 통지를 받았다. 오씨는 “이번 겨울에 일을 해야 내년에 체육교사 임용시험 준비를 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삶이 조금씩 미뤄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들은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지켜보는 심정도 복잡하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차 재난지원금 혜택을 받은 프리랜서들은 대부분 큰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줄 수 있겠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오씨는 “확진자 규모가 계속 커지면 재난지원금의 규모와 범위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자 예술계열 프리랜서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3차 재난긴급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제주도는 문화예술분야에 대해 우선적으로 예술인 개인에게는 50만원, 단체에는 100만원을 다음달 말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