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점마다 맛이 다를까”…대기업들 고민, 18개 스타트업이 해결

입력 2020-12-01 17:01 수정 2020-12-01 17:07
중기부가 1일 진행한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 시상식에 참여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

‘같은 프랜차이즈인데 왜 맛이 다를까’ ‘공유 킥보드도 포함한 이동경로 안내는 없을까’ 대기업들의 고민에 18개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빛으로 짬뽕 맛을 분석하는 기술부터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다수의 환자를 동시에 모니터링 하는 기술, 대중교통뿐 아니라 자전거와 공유자동차, 킥보드까지 포괄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주는 기술 등 다양하고 참신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활용한 대기업의 신시장·신사업 창출의 기회가 넓어지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 1탄 시상식을 개최하고 7개 과제를 해결한 스타트업 18개사에 대해 시상하고 우수사례를 소개했다고 밝혔다.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서로 다른 역량을 보완하도록 연결하는 새로운 상생협력 정책의 일환이다. ‘AI 콘텐츠, 실감 미디어, 미래 이동수단, 푸드테크,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대기업이 제시한 9개 문제를 해결할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공모전으로 추진됐다.

다만 친환경 소재 분야는 소재 분야 특성상 개발 및 상용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시제품 검증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돼 단시간에 과제해결 능력을 평가하기 어려워 스타트업을 최종 선정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KBS, LG디스플레이, KT, LGU+, SKT, 필립스, 더본코리아의 7개 과제를 해결해줄 18개 스타트업만이 최종 선발됐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더본코리아 창업설명회장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데모데이'에서 참여기업의 발표를 듣고 있는 백종원 대표의 모습. 중기부 제공

그 중 참신함으로 눈길을 끈 아이디어 중 하나는 ‘파이퀀트’가 선보인 푸드스캐너였다. 더본코리아가 제시한 ‘짬뽕 맛 식별’ 과제에 빛과 물질의 상관관계로 맛을 분석하는 스캐너를 내놓은 것이다. 푸드스캐너로 조리 중인 짬뽕을 스캔하면 빛의 스펙트럼 데이터를 이용해 표준화된 맛과 비교한 뒤 조리 가이드를 제시한다. 이 과정이 10초 만에 이뤄진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정보통신기술로 맛을 식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무한한 가능성도 봤다”며 “실제 조리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의 이동수단이 자동차, 대중교통뿐 아니라 자전거, 공유자동차, 킥보드 등으로 다양해지는 상황을 반영한 기술은 현실에 적용됐을 때의 편리함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SKT가 제안한 ‘티맵 기반의 교통통합시스템 개발’ 과제에 ‘슈퍼무브’는 공유자동차, 자전거, 킥보드에 셔틀버스까지 연계하고 여기에 사용자의 선호도까지 반영해 최적의 경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기존 지도 서비스가 버스, 지하철, 택시, 자전거 정도의 이동수단만으로 경로를 추천해주던 것보다 공유자전거, 킥보드, 카셰어링, 셔틀버스까지 추가하니 소요시간 및 도보 감소 효과가 10~20%가량 생겼다. 슈퍼무브는 SKT에서 분사하는 신설법인 티맵모빌리티(가칭)와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가까운 시일 내 상용화가 가능한 완성도 높은 기술을 보여준 스타트업도 있었다. 필립스가 제시한 ‘감염병 환자와 입원환자에 대한 AI기반 모니터링’ 과제에 ‘메쥬’는 신체 부착형 초소형 심전계를 활용해 다수의 환자를 동시에 비대면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메쥬가 자체 개발한 초소형 심전계(하이카디)가 심박수, 호흡수, 부정맥 검출 등 9가지 생체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기술이다. 하이카디는 이미 국내 인허가 절차를 완료하고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어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

중기부가 1일 진행한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 시상식에서 박영선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

이외에도 AI를 활용해 배우 조합별 드라마 시청률을 예측하거나 야구 경기에서 투수와 타자 대결 시의 상황 변화에 따른 데이터 분석결과를 제공하는 등의 기술을 선보인 스타트업들은 대기업과의 협업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사업화(1억원), 기술개발(최대 4억원), 기술특례보증(최대 20억원) 등 최대 25억원의 정부지원도 받는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대기업도 과거와 같이 폐쇄적인 방법으로는 더 이상 기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을 더욱 확대해가겠다”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