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각각 면담하고 검찰 관련 현안을 보고받았다. 국정 1·2인자가 모두 나서면서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추·윤 동반 또는 순차 퇴진 얘기가 나오지만, 추 장관은 “사퇴 논의는 없었다”며 ‘마이웨이’를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직후 예고에 없이 추 장관을 청와대에서 만나 현안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거취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총리가 전날 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윤 총장의 자신 사퇴를 전제로 두 사람의 동반 사퇴를 제안했던 만큼 이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정 총리도 ‘국무회의 전에 만나고 싶다’고 추 장관을 불러 10여분간 독대했다. 정 총리는 문 대통령과 나눈 상황인식을 공유하고 추 장관의 의견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양측 간 합리적 해결이 요원하고, 검사들의 집단행동까지 일어나면서 국정 기강이 해이해지는 상황”이라며 “이 정도의 편나누기 싸움이 벌어진 데 대해 갈등 주체인 두 사람이 결자해지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과 악이 명확한 형사사건도 아니어서 당사자들끼리 해결이 안되면 누구도 승복할 수 없다”며 “둘 다 검찰 개혁을 명분 삼아 권한 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누굴 편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그러나 추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청와대에 들어가 현 상황에 대해 대통령께 보고드렸다”며 “오전 국무회의 전 총리께도 상황을 보고드렸다. 사퇴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예고없이 이뤄진 대통령과의 면담 역시 추 장관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도 윤 총장 사퇴 이전 추 장관 교체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검찰개혁 전선을 넘어서 진보와 보수진영 간 최대 갈등 사안으로 떠오른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지금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40%로 굳건한 상황”이라며 “윤 총장이 대통령과 싸우겠다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건 윤 총장이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 거취가 정리돼야 검찰 조직도 추스를 수 있는 것”이라며 “윤 총장이 진정 검찰을 생각한다면 이제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일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위원회 결과를 지켜본 뒤 윤 총장의 거취를 논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윤 총장을 고리로 보수진영이 집결하고 있다”며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윤 총장 교체, 연내 공수처 설치, 추 장관 교체 로드맵을 검토 중이다.
강준구 김영선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