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3개 분기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기저효과와 더불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수출과 투자가 회복한 덕분이다.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4분기에 이은 내년에도 ‘V자’ 성장을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20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3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2.1% 올랐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3.0%)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 10월 말 1차로 집계된 속보치와 비교해서도 0.2% 포인트 올랐다. 지난 1분기(-1.3%)와 2분기(-3.2%)의 마이너스 성장에 이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분기 플러스 반등이다.
성장률 반등에는 수출 덕이 컸다.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2분기보다 16%나 늘었다. 1986년 1분기(18.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입도 원유, 화학제품 등이 늘면서 5.6%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8.1%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7.3% 줄었지만 속보치보다는 0.5% 포인트 올랐다. 민간소비도 전분기(0.0%) 수준이었지만,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상승했다. 음식·숙박은 줄었으나 식료품 소비가 늘어난 덕분이다.
경제활동별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각각 7.9%, 0.9% 성장했다. 서비스업 가운데 운수업(4%), 의료보건·사회복지(3.9%) 등이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숙박 및 음식점(-3.3%) 등은 부진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2분기보다 2.4% 증가했다. 한은은 “1인당 GNI는 3만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수출인데, 현재까지는 전망이 밝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이 458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0%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보다 조업일수가 0.5일 적은 상황에서도 수출액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조업일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도 수출액이 늘어난 것은 2018년 3월 이후 32개월만이다.
수출 증가 흐름은 이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단 지난해 12월보다 조업일수가 1일 더 많다. 반도체를 포함한 15개 주력 품목의 회복세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수출액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의 경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이달에도 플러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재찬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