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사기 논란’에 휩싸인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와의 협력을 축소하고 지분 인수를 포기했다. 니콜라의 기술 신뢰도 하락에 추가로 협력 계획을 철회하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GM은 기존보다 대폭 축소·수정된 니콜라와의 파트너십 합의안을 공개했다. GM은 니콜라의 지분 인수 계획을 철회하고, 니콜라의 1호 수소 픽업트럭인 배저 트럭에 연료전지 기술만 공급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는 지난 9월 니콜라가 보유 기술을 과장해 파트너를 끌어 들였다는 미 금융분석업체 힌덴버그리서치의 보고서 발간 이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관련 조사에 착수하면서 GM이 부담을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GM은 지난 9월 발표에서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의 니콜라 지분 11%를 인수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GM의 차세대 배터리 시스템과 연료전지 기술을 니콜라에 제공하고, GM 생산라인을 활용해 배저 트럭을 만든다는 계획도 언급됐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전면 수정되면서 GM과 니콜라의 관계는 단순히 부품이나 기술을 주고받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사의 이번 합의에 따라 니콜라의 사기 의혹 후폭풍이 거세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WSJ은 “GM과 니콜라의 계약이 크게 축소되면서 신뢰도 하락에 따라 추가적인 협력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니콜라는 사전주문을 통해 받은 배저 트럭 보증금을 환불하기로 했다. 사실상 트럭 생산을 연기하게 된 것이다. 픽업트럭은 상업용 대형 수소트럭 개발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협력 취소는 아니어도 니콜라가 기술적 신뢰도를 회복할 때까지 타 업체의 신규 투자를 받거나 협상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니콜라가 GM의 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한 것은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진다. GM은 차세대 배터리 시스템 제공 여부를 추후 니콜라와 논의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니콜라는 예정대로 내년 말까지 수소전기트럭 시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입장이다.
GM이 니콜라와의 협력 무드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제2의 테슬라’로 불렸던 니콜라의 주가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날 니콜라의 주가는 이전 거래일보다 26.92% 폭락한 20.41달러로 마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