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지난달 5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30일부터 신용대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하자 이에 앞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막차’를 타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1월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총 133조6925억원이다. 이는 1개월 전보다 4조8495억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5대 은행 각각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0월보다 적게는 7800억원, 많게는 1조2000억원 급증했다.
지난달 증가 폭은 지난 8월의 최대 증가 폭 기록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들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8월 전달보다 4조705억원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었다. 이어 9월과 10월에도 2조원 대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는데 11월 한 달에만 5조원 가까이 늘면서 사상 최대 증가 폭 기록을 갈아치웠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신용대출 규제가 지난달 30일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고되자 영끌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한 이들이 대거 신용대출 창구로 몰렸다. 당장 자금이 필요하거나 투자처가 정해지지 않더라도 대출 문턱이 높아지기 전에 일단 대출을 받아놓자는 ‘막차 수요’가 늘어난 셈이다. 지난달 27∼30일 나흘 동안 신용대출 잔액이 2조원 규모로 증가했다.
정부는 연 소득 8000만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차주(돈 빌린 사람)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비은행권 60% 이하)’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소득 대비 대출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정부는 또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을 회수한다. 신용대출로 영끌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일으키고, 가계부채 부담까지 덩달아 높이는 현상을 막는다는 취지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신용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불안 심리를 건드렸고, 실제 수요에 가수요까지 추가되며 신용대출 증가 폭이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