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사실상 내정됐다. 거래소는 이사회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이달 안에 선임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지원 전 이사장에 이어 관료 출신 인사가 이사장에 내정되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이사장 후보 최종 면접을 진행하고 손 전 부위원장을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거래소는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손 전 부위원장을 차기 이사장으로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손 전 부위원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G20기획조정단장과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정책국장 등을 거쳤다. 지난 5월부터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냈고, 지난달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선 차기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 지원자는 손 전 부위원장을 포함해 총 5명이었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정 전 이사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손해보험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난달 초부터 공석이었다.
일부에선 손 전 부위원장이 거래소 7대 이사장 자리에 앉으면 관에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역대 6명의 이사장 가운데 3대 김봉수 이사장을 제외한 5명이 금융위, 재정경제부 등 ‘관’ 출신이었다. 거래소 이사장직이 사실상 관피아를 위한 자리라는 인식이 더 공고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 노동조합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거래소 노조는 “실패한 자본시장 정책을 주도한 관피아의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며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