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 숨지기 7일전 쓰러져 제대로 된 치료 못 받아”

입력 2020-12-01 10:46 수정 2020-12-01 11:43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5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라도나 스타디움' 벽에 그려진 그의 초상화 앞에 시민들이 모여 애도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마라도나가 이날 심장마비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티그레의 자택에서 60세를 일기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가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일주일 전에 집에서 쓰러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30일(현지시간) “마라도나가 뇌 수술 후 자택에서 치료를 받으며 회복하는 과정에서 쓰러져 머리를 다쳤지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이탈리아 일간지 레푸블리카 보도를 인용했다.

마라도나를 간호했던 A씨 변호인은 “마라도나가 숨지기 7일 전에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MRI나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등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진술은 현지 수사 당국이 과실치사 혐의로 마라도나의 주치의 레오폴도 루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수사 당국은 그의 집과 진료실,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마라도나는 지난 25일 아르헨티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3일 뇌 수술을 받고 8일 만에 퇴원해 회복하던 중 일어난 일이다.

현지에서는 마라도나가 퇴원 이후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마라도나 사망 당일 자택엔 심장제세동기가 없었고, 마라도나가 쓰러진 뒤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 30분 이상 걸려 주치의 등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간호사 A씨는 마라도나가 숨지기 4일 전까지 병간호를 했다며 마라도나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라도나의 변호사인 마티아스 몰라 역시 마라도나가 12시간 이상 방치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 친구가 12시간 동안 주치의나 간호사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또 그는 “구급차가 도착하는데 반시간 넘게 걸렸다”며 의료진 측의 과실 의혹을 제기했다.

마라도나가 세상을 떠난 당일 그의 집에는 주치의 루케가 없었다. 집에 머물던 간호사도 당일 새벽에만 마라도나의 상태를 확인했다고 한다.

최근 심장마비로 사망한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의 주치의 레오폴도 루케가 29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자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라도나의 사망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수사당국이 이날 루케의 집과 진료실을 압수 수색한 가운데 그는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눈물로 결백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이에 루케는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했다는 입장이다. 루케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불가능한 것까지도 다 했다”면서 “나는 그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마라도나를 어떻게 치료했는지 다 설명할 수 있다. 그를 위해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확신한다”면서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이 있다면 그를 사랑하고, 보살피고, 그의 삶을 연장하고, 마지막까지 치료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마라도나가 집에서 사망하게 된 경위와 관련해 “마라도나는 재활센터에 갔어야 했지만 원하지 않았다. 강요할 순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사 당국은 현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마라도나의 죽음에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등을 밝힐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