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3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 개혁의 대의를 위해 한 발만 물러나 달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 과장 10여명도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했다. 법무부 류혁 감찰관도 추 장관에게 “감찰위원회가 꼭 소집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관 직속 조직인 법무부 내부에서도 추 장관이 지지를 얻지 못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공직자들은 소속부처나 집단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 직무배제 이후 엿새 만에 침묵을 깨고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이날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이 열렸다. 양측은 1시간여 동안 직무 배제 조치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윤 총장 측은 검찰의 중립성 침해와 징계 청구의 절차적 문제를 강조한 반면 추 장관 측은 중대 비위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윤 총장이 입은 구체적 피해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에서는 추 장관의 처분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계속됐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에서 마지막 평검사회의가 열리면서 전국 18개 지검, 41개 지청 모든 평검사가 “위법·부당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조 권한대행은 내부망에 올린 ‘장관님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검찰 개혁은 2100여명의 검사들과 8000여명의 수사관들 및 실무관들 전체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라며 직무집행정지 처분 재고를 간곡히 요청했다. 조 권한대행은 지난 1월부터 7개월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근무하며 추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핵심 참모다.
법무부 소속 차장·부장검사급 과장 12명도 이날 고기영 차관을 통해 추 장관에게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와 징계 청구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절차적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오는 2일 예정된 징계위원회를 중단 또는 연기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법무부 감찰관실 책임자인 류 감찰관은 “외부위원 여럿이 감찰위 소집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추후 절차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추 장관에게 감찰위원회가 꼭 소집돼야 한다고 직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3일 감찰 규정을 개정해 감찰위 자문을 임의사항으로 고친 바 있다.
추 장관을 비판하는 검찰 분위기와 달리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든 공직자는 기본으로 돌아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관행이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세계적 조류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며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접적으로 검찰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맥락상 추 장관의 행보에 반발하는 검찰조직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구승은 강준구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