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따라 경제 출렁…외식 늘자 소비지표 ‘뚝↓’

입력 2020-11-30 17:38 수정 2020-11-30 17:40

방역 강화, 완화 반복되면서
외식과 음식료품 소비 ‘대체’
특이한 현상 보이며 지표 엇갈려

방역 수준에 따라 경제지표도 출렁이고 있다. 지난 10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자 ‘외식’이 늘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외식을 한 만큼 음식료품을 안 사먹자 이번엔 소매판매액 지수가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경제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면서 지표의 등락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전체 경제를 운영해야 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10월 산업활동동향’에서 10월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 대비 1.2%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 증가 폭이 6월(2.2%) 이후 최고치다. 반면 소매판매액 지수는 0.9% 줄면서 7월(-6.0%) 이후 3개월 만에 감소했다.

서비스업과 소매판매는 모두 소비 심리를 알 수 있는 지표다. 그러나 두 지표가 엇갈린 것은 방역 상황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12일부터 코로나19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했다. 그러자 억눌러 있던 숙박·음식점업 이용 수요가 폭증했다. 서비스업 생산 중 숙박 및 음식점업은 전월 대비 13.3% 훌쩍 뛰었다. 서비스업 생산을 구성하는 여러 항목(도소매업, 금융 및 보험업, 교육 서비스업 등)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반대로 소매판매액 지수는 구성 항목 중 비내구재(-5.7%)만 유일하게 전월 대비 감소했다. 그러면서 전체 지수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비내구재에는 음식료품, 서적·문구 등이 포함된다. 승용차·가전제품 등 내구재(2.0%), 의복·신발·가방 등 준내구재(7.2%) 등에 대한 소비는 모두 증가했다. 결국 마트와 온라인 등에서 식재료를 사서 ‘집밥’을 먹던 사람들이 ‘외식’에 나서자 지표의 희비(喜悲)가 달라진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매판매액 지수에서 음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서비스업 생산에서 숙박·음식점업이 늘면 두 지표가 대체되는 모습을 보인다. 방역이 강화되면 또 반대로 엇갈린다”며 “통계 지표가 코로나19 상황에 압도되면서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매판매액 지수 감소에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규모가 1차보다 작고, 아직 지급이 진행 중인 점도 영향을 줬다. 직전 달인 9월에는 명절이 있어 기저효과로 다음 달 10월 소비가 감소한 측면도 있다.

지난 10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0%로 보합을 나타냈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에도 광공업 생산은 1.2%, 설비투자는 3.3% 각각 감소했다. 올해 반도체 선구매 규모가 많아 10월 수출이 다소 주춤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3차 재확산으로 방역 여부에 따른 경제 불투명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수도권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근 코로나19 확산세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면서 지표 흐름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