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던 코스피 지수가 30일 외국인의 사상 최대 규모의 매도세에 26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한 달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음 달 1일부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의 비중이 줄어드는데 앞서 한국 주식의 비중을 축소하려는 외국인의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2.11포인트(1.60%) 내린 2591.34에 마감했다. 지난달 23일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지수가 2600선을 돌파한 이후 5일 만에 다시 26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이날 하락률은 지난 10월 30일(-2.56%) 이후 가장 컸다.
이날 코스피 지수 하락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2조4031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1980년 코스피 개장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기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이었던 지난 8월 31일 1조6362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규모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7조3000억원어치를 사들였었다. 하지만 이날 하루에만 이달 누적 순매수의 3분의 1을 팔아치운 셈이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날 삼성전자를 8500억원 가량 내다 팔아 가장 많은 매도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우는 1500억원, 삼성SDI는 1100억원, 네이버는 960억원 가량 팔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에 ‘MSCI 지수 정기 변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지난 11일 MSCI는 신흥국(EM) 지수 내에서 한국의 비중을 12.1%에서 11.8%로 0.3%포인트 줄이겠다고 발표했었다. 그 대신 쿠웨이트를 EM 지수에 신규 편입하고 인도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한국 종목 중에선 SK바이오팜, 두산중공업, SK케미칼의 비중이 늘어나고 아모레퍼시픽우, 포스코인터내셔널, BNK금융지주는 제외된다. 지수에서 제외되는 주식의 수만큼 한국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지난 8월 31일 외국인들이 종전 사상 최대 매도세를 보였던 때 역시 MSCI 지수 정기 변경이 적용됐던 날이었다.
여기에다 그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차익실현 매물도 겹쳐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업계 일부에서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추후에도 이어질지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지 않으면 MSCI 지수 정기 변경에 따라 이뤄진 매매는 원상 복귀하지만, 향후 시장이 하락세에 돌입하는 일종의 전조현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개인 투자자들은 약 2조2000억원 사들이며 사상 최대액을 순매수했다. 지난 5월 4일 1조7000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삼성전자를 7600억원 가량 사들였다. 또 삼성전자우(1500억원)와 삼성SDI(1000억원), 네이버(830억원) 등도 사들였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