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지 않은 분들은 백신 접종을 말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10월부터 화이자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배모(37)씨는 코로나19 백신을 두 번 맞고 예상치 못한 이상 증상을 겪었다. 이민을 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의료종사자로서 사명감에 따라 화이자의 임상시험에 참여하기로 했다.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미군으로 근무했던 시절 탄저균 등 다양한 백신들을 접종해봤기에 설령 부작용이 나타나도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배씨는 10월 9일 1차 접종을 받고 11월 6일에 2차 접종을 했다. 화이자 측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 앱으로 몸 상태를 보고하도록 했다. 1차 접종 후에는 하루이틀 정도 몸살 기운이 있었지만 독감 백신을 맞았을 때와 비슷한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나 2차 접종 후 그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놀랐다. 백신을 맞고 1~2일 후부터 가슴압박과 호흡곤란 증상이 3일 동안 심하게 나타났다. 배씨는 30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통증의 강도를 1~10으로 봤을 때 9 정도로 느껴졌다”며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가 힘들 정도의 고통이었고,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이후 몸 상태는 조금씩 호전됐지만 회복 속도는 더뎠다.
그가 겪은 증상은 화이자 측에서 미리 설명한 코로나19 백신의 예상 부작용은 아니었다. 앞서 화이자 측은 “발열, 몸살, 피로감, 설사 등이 피시험자의 약 20%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슴압박이나 호흡곤란 증상이 있다고는 듣지 못했다”며 “담당자는 코로나19 검사를 하더니 ‘증상이 심해지면 응급실로 가라’고 권유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그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약간 높을 뿐 평소 앓는 만성질환도 없이 건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백신의 이상 반응은 건강한 그에게도 찾아왔다. 배씨는 “지병이 있는 아버지에게는 백신을 권하고 싶지 않다”며 “모든 백신이 완벽하게 안전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필요에 따라 접종을 해야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분들은 치료제를 기다리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점차 개발 완료 단계로 접어들고 있지만 배씨처럼 이상반응을 겪을 수도 있고,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백신을 실제 접종을 할 때 노인, 만성질환자에 대해 안전성과 효능의 내용을 보고 세부적인 접종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 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반응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며 “백신과 증상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증상이 일상에 얼마나 지장을 주는지와 후유증 여부 등을 두고 그 정도를 평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 백신은 3주 간격으로 두 번 접종 하는데, 2회 접종 때 항체 수치가 올라가면서 이상 반응 빈도도 늘어난다”며 “중증의 이상 반응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