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우회적으로 검찰에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회적 갈등의 폭발, 분출하는 야권의 입장 표명 요구를 반영하되 검찰개혁 선봉에 서있는 추 장관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현실적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직자들은 소속부처나 집단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이익을 받들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언급을 했다. 특히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낡은 것과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도 했다. 윤 총장이나 검찰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공직자의 개혁의지를 독려하면서 검찰개혁에서 후퇴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간접적으로나마 추‧윤 갈등과 검찰 반발에 대해 언급한 건 처음이고, 윤 총장 직무배제 이후 엿새만이다. 공교롭게도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의 심문기일에 나온 발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추·윤 갈등에 대해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었다. 야당은 그동안 문 대통령을 향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만이 아닌 모든 공직자, 모든 국정에 대한 언급”이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개혁 노력의 구체적 사례로 권력기관 개혁뿐 아니라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 2050 계획, 규제개혁 등을 함께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오랜 침묵 끝에 나온 메시지는 결국 검찰을 향해 스스로 정권 앞에 굴복하고 백기투항하라는 종용”이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내용 자체도 부적절할뿐더러, 윤 총장의 직무배제 집행정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더욱 위험하다”면서 “실망스러움을 넘어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하라’는 요구조차 무색해져 버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대해 “12월로 들어서는 이번 주가 여러모로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닷새 전을 정점으로 확진자 수가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가 조성된 것은 매우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방역 고삐를 더욱 조여 조기에 코로나 상황을 안정시켜 나가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강준구 이상헌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