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경제 생명줄인 중국마저 끊어버리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날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 25일 발표한 북·중 품목별 수출입 현황 자료를 인용해 10월 중국의 대북 수출액은 25만3000달러로 직전 달인 9월 1888만달러에 비해 99% 감소했다고 전했다. 수입품목도 9월 274개에서 10월 4개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밀가루와 식용유 같은 북한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식료품까지 수입품 목록에서 빠졌다.
중국은 오랫동안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사실상 경제적 생명줄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 2016~2017년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징벌로 유엔의 대북제재가 시행되기 전까지 북한 대외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었다.
현재 공식 자료로 나타나는 북중 교역 물품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위배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 물품들의 거래량마저 대거 축소시켰다.
CNN은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수치가 정확하다면 이는 북한 측이 중국과의 교역을 끊어버릴 수도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면 식량과 연료 공급을 위태롭게 만드는 일조차 감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 본토에서 매일 극히 적은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극단적인 조치”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과민반응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코로나19에 지나칠 정도로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7일 국회 정보위에 “북한이 최근 상식적이지 않은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경제난 속에서도 중국이 지원한 식량을 방치하거나, 바닷물이 코로나19에 오염되는 것을 우려해 어로와 소금생산을 중단하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말에는 환율 급락을 이유로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외화 수요가 줄어 환율이 급락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형을 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CNN에 “최근 김정은 정권이 취한 조치들은 이미 심각한 상태였던 전염병 문제가 훨씬 더 악화됐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독한 겨울 날씨, 만성적 식량부족, 국제사회 대북제재, 중국과의 교역 단절 등의 요소들이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