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잠 못 자겠다.” 27일 넷플릭스로 공개된 ‘콜’에는 이처럼 남다른 몰입감을 토로하는 네티즌 감상평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난해한 타입슬립 소재 공포 스릴러 영화인데도 첫인상부터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영화를 연출한 이충현 감독은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신 분들이 ‘미쳤다’ ‘파격적이다’는 반응을 많이 주셨다”며 “무서워도 밤에 불을 끄고 보는 걸 추천해 드린다”며 웃었다.
‘콜’은 전화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2011년 개봉한 ‘더 콜러’에서 시간 연결 등 얼개를 가져와 줄거리를 세세하게 다듬었다. 특히 ‘콜’은 1990년생인 젊은 신예 이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신인답지 않은 밀도 높은 스릴러를 보여준 이 감독은 “흔한 타임슬립물에 호러를 더해 신선함을 꾀했다. 남성 캐릭터가 주가 된 그간의 한국 장르물과는 달리 여성 캐릭터가 중심인 하드한 스릴러라는 점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의 백미가 전종서와 박신혜의 호흡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듯하다. 시퀀스 곳곳에 광기 어린 눈빛을 풀어놓는 전종서와 안정적으로 극을 받치는 박신혜의 연기가 절묘하게 버무려져 감정선을 쥐고 흔든다. 이 감독 역시 영화를 향한 호평을 두 배우의 공으로 돌렸다.
또래 배우들이어서 대화가 굉장히 편했다는 이 감독은 “박신혜 배우는 사실상 영화계 선배였다. 감정 낙폭이 큰 캐릭터를 소화하고 이를 연출로 담아내는 데 매우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전종서 배우는 촬영하면서 별도의 디렉팅이나 동선을 두지 않았다. 그랬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날 것의 연기를 풀어놓더라”며 “감탄하면서 보았다”고 치켜세웠다.
올해 초부터 기대를 모았던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되자 결국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배급사도 완성된 영화를 가만히 쥐고 있기가 힘에 부쳤다. 처음에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되레 “해외 관객들까지 함께 피드백을 주는 기회”가 됐다는 이 감독은 “창작자로서 OTT는 흥행에 대한 부담을 가지지 않고 여러 이야기를 펼쳐놓을 기회”라면서 “다만 체험적인 측면에서는 영화관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앞서 단편 영화 ‘몸 값’으로 2016년 제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해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단편영화상, 서울국체초단편영화제 단편 우수상 등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출발선부터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셈이다. 창작자로서 욕심도 많다. 그는 “오히려 특별한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은 창작자가 되고 싶다”면서 “소재나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정반대의 이야기’를 계속 해나가고 싶은 바람”이라고 했다.
“롤모델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이에요. 한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장르를 펼쳐 놓으셨죠.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셨고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