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법원에 징계 청구에 따른 직무배제 효력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해 열린 심문에서 “정부 의사에 반하는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라는 편법을 썼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 대리인은 “모든 공무원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면 직무에서 배제하는 대기발령을 하게 된다. 검찰총장도 다를 건 없다”고 맞섰다. 추 장관 측은 특히 “12월 2일 열리는 징계위원회에서 새로운 처분(징계)이 있으면 현재 직무집행정지 명령은 실효된다”며 재판의 실익이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30일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심문기일은 1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집행정지 심문에는 당사자의 출석의무가 없어 윤 총장은 나오지 않았다.
심문의 핵심 쟁점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징계 청구하면서 내린 직무집행정지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지,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 여부였다.
윤 총장을 대리한 이완규 변호사는 “검찰총장의 직무수행을 하루라도 공백 상태로 두는 건 국가 전체 시스템에 관한 문제”라며 “(직무정지 상태를 그대로 두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과 관련된 큰 공익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추 장관이) 징계절차라는 허울을 편법으로 이용한 것”이라며 “(이날 심문은) 역사적 판단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측 이옥형 변호사는 “12월 2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면 새로운 처분이 있어서 직무정지 명령이 실효된다”며 “이틀 후 실효될 것을 지금 시급하게 정지할 긴급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총장의 현재 직무집행정지 명령은 이틀 뒤 징계위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지 효력을 상실하므로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할 염려나 긴급한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였다.
아울러 이옥형 변호사는 “공무원은 징계위에 회부된 이상 대기발령해야 한다”며 “검찰총장도 다른 공무원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이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받는 점을 언급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를 본인에게 유리하게 하려 할 것”이라며 “최근 검찰은 큰 내홍에 빠져 있다. 총장이 복귀하면 얼마든지 수사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직무배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관 사찰 문건’을 놓고도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윤 총장 측은 “소송수행 업무의 일환”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윤 총장 측은 “판사들을 감시할 목적으로 자료를 축적·업데이트한 게 아니라 법원 인사철에 맞춰 일회적으로 만들고 폐기하는 문서”라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검사에게 법관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직무권한은 없다”고 반론을 폈다. 문건 내용에 법관의 출신지나 고교·대학이 적힌 것을 두고는 “지역주의와 학벌주의를 연상케 한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징계위가 이틀 남았으니 재판 실익이 없다’는 법무부 주장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징계위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재판부 입장에선 알 수 없다”며 “100% 가능성으로 해임된다고 해도 미리 결정하는 게 맞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미리 결론은 내리되, 징계위 결과를 보고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