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측 “정부에 反하는 수사 이유로 징계 편법”

입력 2020-11-30 15:41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심문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렸다. 윤 총장 측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왼쪽)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 대리인인 이옥형 변호사(오른쪽)가 각각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법원에 징계 청구에 따른 직무배제 효력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해 열린 심문에서 “정부 의사에 반하는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라는 편법을 썼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 대리인은 “모든 공무원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면 직무에서 배제하는 대기발령을 하게 된다. 검찰총장도 다를 건 없다”고 맞섰다. 추 장관 측은 특히 “12월 2일 열리는 징계위원회에서 새로운 처분(징계)이 있으면 현재 직무집행정지 명령은 실효된다”며 재판의 실익이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30일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심문기일은 1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집행정지 심문에는 당사자의 출석의무가 없어 윤 총장은 나오지 않았다.

심문의 핵심 쟁점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징계 청구하면서 내린 직무집행정지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지,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 여부였다.

윤 총장을 대리한 이완규 변호사는 “검찰총장의 직무수행을 하루라도 공백 상태로 두는 건 국가 전체 시스템에 관한 문제”라며 “(직무정지 상태를 그대로 두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과 관련된 큰 공익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추 장관이) 징계절차라는 허울을 편법으로 이용한 것”이라며 “(이날 심문은) 역사적 판단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측 이옥형 변호사는 “12월 2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면 새로운 처분이 있어서 직무정지 명령이 실효된다”며 “이틀 후 실효될 것을 지금 시급하게 정지할 긴급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총장의 현재 직무집행정지 명령은 이틀 뒤 징계위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지 효력을 상실하므로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할 염려나 긴급한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였다.

아울러 이옥형 변호사는 “공무원은 징계위에 회부된 이상 대기발령해야 한다”며 “검찰총장도 다른 공무원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이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받는 점을 언급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를 본인에게 유리하게 하려 할 것”이라며 “최근 검찰은 큰 내홍에 빠져 있다. 총장이 복귀하면 얼마든지 수사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직무배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관 사찰 문건’을 놓고도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윤 총장 측은 “소송수행 업무의 일환”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윤 총장 측은 “판사들을 감시할 목적으로 자료를 축적·업데이트한 게 아니라 법원 인사철에 맞춰 일회적으로 만들고 폐기하는 문서”라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검사에게 법관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직무권한은 없다”고 반론을 폈다. 문건 내용에 법관의 출신지나 고교·대학이 적힌 것을 두고는 “지역주의와 학벌주의를 연상케 한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징계위가 이틀 남았으니 재판 실익이 없다’는 법무부 주장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징계위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재판부 입장에선 알 수 없다”며 “100% 가능성으로 해임된다고 해도 미리 결정하는 게 맞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미리 결론은 내리되, 징계위 결과를 보고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